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한국야구의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사냥은 실패로 돌아갔다.
1995년 후쿠오카 대회 이후 20년만에 유니버시아드서 야구가 열렸다. 한국은 10일 대만과의 준결승전서 패배,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임을 감안하면 결승전 진출 실패는 아쉬운 결과.
하지만, 현 시점에서 단순히 유니버시아드의 결과에만 매몰될 필요는 없다. 국제대회서는 우승도 할 수 있고, 예선서 탈락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한국야구의 한 축을 형성하는 대학야구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건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이건열 감독은 준결승전 패배 직후 믹스트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털어놨다.
▲좌타자 일색의 의미
이번 대표팀의 엔트리는 100% 대학에서 선발했다. 프로 선수는 없다. 그런데 대표팀 타자 14명 중 9명이 좌타자다. 우타자는 5명에 불과하다. 대만전 선발라인업은 조수행(중견수)-이성규(유격수)-김호은(지명타자)-김주현(1루수)-채상현(우익수)-홍창기(좌익수)-서예일(3루수)-김융(포수)-김성훈(2루수). 이들 중에서도 우타자는 2명에 불과했다. 좌타자 일색의 타선.
한국 타선은 6회 1사에 등판, 경기 끝까지 3.2이닝을 소화한 좌완 린즈웨이를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린즈웨이에게 안타 2개와 볼넷 3개를 뽑아냈지만, 삼진을 7개나 헌납했다. 한국 좌타자 일색의 타선이 대만에서 가장 좋은 왼손 구원투수에게 당한 것이다. 경기 막판 왼손투수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좌타자 일색의 라인업을 꾸릴 수밖에 없었던 건 결국 대학야구에 강력한 우타자가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이 감독은 "대학야구에 오른손타자가 부족하다. 어렸을 때부터 오른손타자를 왼손으로 고쳐서 치게 해서 그렇다"라고 했다. 왼손타자가 오른손타자보다 내야안타 생산에 유리하긴 하다. 일단 중, 고등학교 레벨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젠 우투좌타가 너무 많아졌다는 게 문제다. 이 감독에 따르면 대학에 힘 있는 우타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KBO리그만 해도 오른손 강타자가 귀한 시대가 된지 오래다. 인위적인 우투좌타 타자는 대부분 홈런생산 능력이 떨어진다. 결국 비슷한 유형의 중거리 왼손타자만 늘어나고 있다. 이 부분은 한국야구의 다양성을 해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좌타자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 감독은 대학야구에 좌타자가 많아도 정작 제대로 성장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에 수준 높은 좌투수가 거의 없다. 고등학교에서 이름을 알린 좌투수는 거의 바로 프로에 가지 않나"라고 했다. 대학 좌타자들이 수준급 좌투수를 많이 상대해보지 못하면서 반쪽짜리 좌타자에 머무르고, 결국 프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다양성이 결여되면서 대학야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 이 감독은 "대만 왼손투수가 그렇게 위력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 좌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이다. 좌투수 상대에 대해 대비했지만, 왼손타자들이 왼손투수들에게 약했다"라고 했다. 좌타자 일색의 한국 타선이 구위가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은 린즈웨이에게 당한 건 의미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과 악순환을 극복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좋은 우타자, 좋은 좌투수가 대학야구에 많이 유입돼야 한다. 하지만, 좋은 기량을 가진 고교선수가 기본적으로 프로에 직행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대학야구의 다양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고등학교에서 기량이 좋은 선수의 경우 어차피 프로에 직행할 가능성이 크지만, 대학야구가 살면 궁극적으로 프로야구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야구의 균형 잡힌 성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학 선수들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
[유니버시아드 야구대표팀. 사진 =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직위원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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