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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송은범은 1군 복귀전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남겼다. 기록만 보면 썩 좋다고 하기 어려운 게 사실. 그런데 완전히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송은범은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전에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3-2로 앞선 상황에서 내보낸 동점 주자가 홈을 밟은 게 아쉬웠다. 일단 팀이 연장 접전 끝에 5-3 승리를 거뒀으니 한결 마음은 편안해졌다. 눈부신 부활투는 아니었으나 앞으로를 기대케 한 대목이 있었다.
예상외로 팽팽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이다. 팀이 3-2 한 점 차로 앞선 7회부터 쉐인 유먼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다. 다소 의아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11일 경기에 앞서 "송은범을 어제(10일) 송창식에 이어 내보내려고 했는데, 팽팽한 상황이라 쓰지 못했다"고 했다. 다소 여유 있는 상황에서 나올 듯했지만 아니었다. 김 감독은 살얼음판 승부처에서 송은범을 내보냈다. 한 점 차 리드. 2군행 직전 송은범의 투구로 한 점 차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는 최고 구속 147km 패스트볼(16개)과 슬라이더(13개)로 LG 타선에 맞섰다. 커브도 한 개 곁들였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송은범은 지난 5월 20일 SK 와이번스전부터 지난달 6일 kt wiz전까지 4차례 선발 등판에서 모두 조기 강판당했다. 단 한 번도 5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12.54(9⅓이닝 13자책)에 달했다. 당시 김 감독은 송은범을 2군으로 내려보낸 뒤 "마운드에서 싸우려는 뜻이 없다. 투쟁심이 부족하다"며 "정신적, 기술적으로 모두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송은범은 캠프에 있다고 보면 된다. 강해져야 한다. 너무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해 스스로를 묶어놓고 있다. 폼을 바꾸든 어떻게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귀전 출발도 몹시 불안했다. 첫 상대 정의윤에 중전 안타를 맞았다. 슬라이더로만 승부했는데, 정의윤이 3구째 137km 슬라이더를 잘 받아쳤다. 곧이어 대타 이진영은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다. 패스트볼로만 6개 던졌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순식간에 무사 1, 2루 위기에 봉착한 것. 일단 후속타자 손주인을 번트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귀루가 다소 늦은 1루 주자를 잡지 못한 게 아쉬웠다. 송은범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후속타자 문선재와 무척 치열하게 맞섰다. 10구 승부였다. 슬라이더 8개를 던지며 패스트볼(147km)과 커브(112km) 하나씩 곁들였다. 10구째 137km 슬라이더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2루 포스아웃에는 성공했으나 타자를 살려줬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으나 합의판정 결과 세이프로 번복됐다. 하지만 송은범은 박용택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천신만고 끝에 이닝을 마쳤다. 박용택을 상대로 던진 공 4개는 모두 패스트볼.
그야말로 힘겹게 실점 위기를 넘긴 것. 그런데 과정을 살펴보면 긍정적인 부분이 하나 있다. 크게 흔들릴 수 있던 상황을 버텨낸 것이다. 문선재가 1루에서 최초 아웃 판정을 받은 뒤 송은범은 크게 기뻐하며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그런데 합의판정 결과가 뒤바뀌었다. 이닝이 끝난 줄 알았는데, 2사 1, 3루 위기가 이어졌다.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송은범은 박용택을 상대로 패스트볼 4개를 던져 결국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침착했다. 위기를 자초했지만 스스로 빠져나온 점이 의미가 크다.
물론 8회말은 아쉬웠다. 선두타자 정성훈(초구 134km 슬라이더)과 루이스 히메네스(5구 147km 패스트볼)에 연속 안타를 얻어맞았다. 구위는 나쁘지 않았는데, 공이 한복판에 들어가면서 정타를 맞았다. 이후 채은성의 희생플라이에 정성훈이 홈을 밟아 실점을 떠안은 것. 동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팀이 5-3으로 이겼고, 송은범은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 7회를 잘 막아줬기에, 승리 기회도 있었던 것. 김 감독은 "송은범이 7회를 아주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은 지난 9일 송은범을 1군에 다시 불러올리며 "2군에서 100~120구 정도 던졌다.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일단 중간으로 쓸 것"이라고 했다. 일단 송은범은 35일 만의 복귀전에서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떠안았다. 일단 "강해져야 한다"는 김 감독의 말에 응답한 모양새다. 한화 입장에서도 송은범의 부활은 무척 중요한 과제다. 1군에서 던질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송은범이 조금만 힘을 실어줘도 한화 마운드는 무척 단단해진다.
[한화 이글스 송은범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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