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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9, 상지대).
최근 1~2년 사이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1994년 전미라 이후 19년만의 일이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을 따냈고, 올해 3월 마이애미 오픈서 ATP 투어 첫 승을 거뒀다. 6월 말에는 2008년 이형택(US오픈)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 참가했다.
윔블던 본선이었다. 1회전서 피에르-우그 에베르(프랑스)에게 패배하며 대회를 조기에 종료했다. 하지만, 소중한 경험이었다. 정현은 이번 유니버시아드서도 11일 남자복식 준우승을 차지했고, 12일 단식 결승전을 앞뒀다. 이후에도 데이비스컵, US오픈 등에 줄줄이 참가, 소중한 경험 쌓기를 이어간다.
▲악전고투
정현은 11일 오전 단식 준결승전서 루카스 폴라인(프랑스, 세계랭킹 1335위)에게 2-1로 승리했다. 예상보다 힘겨운 승부였다. 정현은 "상대가 힘 있게 공을 넘기지 않는 스타일이다. 내 힘을 활용하면서 승부를 하더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승부에 당황했다는 의미. 3세트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지만, 체력 소모가 컸다. 햇빛도 뜨거워서 땀도 많이 흘렸다.
오후 4시30분부터 곧바로 남지성과 함께 복식 준결승전을 치르는 강행군. 그러나 광주에 내린 많은 비로 경기가 2시간이나 지연됐다. 심지어 장소도 진월테니스장에서 염주체육관 실내코트로 바뀌었다. 2시간이나 더 쉴 수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경기 시작 시각이 바뀐데다 장소 변경으로 이동하는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컨디션 조절에 난조를 겪었다. 분명한 악재.
결국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조셉 샐리스버리-대런 월시(영국)에게 1-2로 패배했다. 3세트 막판 타이브레이크에 돌입, 극한의 승부를 벌였다. 하루에 2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치느라 녹초가 됐다. 체력 좋은 나이라고 해도 발 놀림이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고 희망이 가득한 정현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좋은 경험이 됐다.
▲분노와 울분
정현은 복식 준결승전 패배가 결정된 직후 테니스 라켓을 그대로 집어 던졌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지성이형에게 미안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확실히 승부욕이 남다르다. 그 승부욕과 근성으로 성장해왔고, 척박한 한국 테니스 환경 속에서 살아남았다. 이번 대회 3관왕이 좌절됐지만, 정현은 어느덧 세계랭킹을 79위까지 끌어올린 다크호스가 됐다.
정현은 그 분노와 울분을 바탕으로 한계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테니스 유망주는 많았지만, 정작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은 선수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테니스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정현이라면 세계 무대에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승부욕이 남달랐고, 철저한 몸관리로 파워를 키워왔다. 186cm를 자랑하는 정현은 세계적 강호들에 근접한 수준의 파워를 장착했다는 평가다. 특히 파워를 바탕으로 한 백핸드 공격은 매우 위력적이다. 아직 세계정상급 선수들에 비하면 서브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각종 주변환경 변수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편이고 어린 나이답지 않게 경기운영능력도 좋다. 여기에 주니어 시절부터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면서 착실히 경험을 쌓고 있다. 정현의 분노와 울분은 밝은 미래를 위한 일종의 성장 동력이다.
[정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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