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청주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장운호의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 이정훈 한화 퓨처스 감독은 마무리캠프 때부터 그를 주목했다. "장운호가 타격과 수비 센스가 좋다. 퓨처스팀 붙박이 4번타자로 내보내면서 물건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냉정히 말해 지금도 1군 '레귤러' 멤버는 아니다. 하지만 서서히 1군 선수로서 자질을 보여주고 있다. 1군 데뷔 첫해인 2013년부터 배짱 하나는 대단했다. 일례로 당시 코치진은 장운호에게 상대 깊은 내야수비를 고려해 기습번트를 주문했다. 그런데 장운호는 당돌하게 "쳐보겠다"고 코치진을 설득했고, 힘차게 배트를 돌려 1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그는 경기 후 "번트보다는 한 번 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대단했다. 프로 선수로서 대성할 자질이 보였다.
고교 시절 투수로 활약했던 장운호의 입단 당시 포지션은 내야수였다. 그런데 2013년 5월부터 외야로 전향했다. 내-외야 수비를 병행하며 외야수가 더 적성에 맞다는 걸 깨달았다. 당시 이 감독은 자신이 직접 찍은 장운호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확실한 포지션이 없던 장운호에게 큰 동기부여였다. 당시 장운호는 "부족하지만 기본기가 좋아진 것 같다. 이정훈 감독님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1군에서도 서서히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2013년 11경기에서 타율 3할(20타수 6안타) 4타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39경기에서 타율 2할 6푼 6리(64타수 17안타) 1홈런 7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해를 거듭할수록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올해는 15경기에서 타율 2할 5푼(32타수 8안타) 1홈런 3타점 출루율 3할 5푼 1리를 기록 중이다.
잠시 떨어졌던 타격감도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 장운호는 7월 첫 7경기에서 12타수 무안타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 7타수 4안타로 살아났다. 15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4타수 3안타 맹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롯데 이성민으로부터 우중간 안타를 뽑아내 끝내기 승리 발판을 마련한 것.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지난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연달아 호수비를 선보였다. 팀이 8-5로 앞선 9회말 1사 1, 2루 상황에서 LG 루이스 히메네스의 뜬공을 전력 질주해 글러브에 넣었고, 2사 만루 위기 상황에서는 채은성이 잘 밀어친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냈다. 팀 승리를 확정한 '더 캐치'였다.
당시 장운호는 "수비 나가면 더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 2경기 모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센스가 좋다"는 이 감독의 말이 딱 맞았다. 최근 2경기와 마찬가지로 공격에서도 힘을 보탠다면 장운호의 활용도는 더 커진다. 단순히 공백을 메우는 카드가 아닌 팀 전력에 플러스가 된다. 무엇보다 좋을 때와 아닐 때의 차이를 스스로 느낀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운호는 "컨디션이 안 좋았을 때 스윙이 컸다"며 "최근 김성근 감독님과 특타를 통해 간결하게 스윙하면서 컨디션이 올라온 것 같다"며 "앞으로 큰 욕심보다는 지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또한 부족한 주루와 수비 동작도 보완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입단 첫해부터 잠재력을 알아본 이 감독, 그리고 스프링캠프 때부터 그를 지켜보며 "재능이 있는 선수"라고 기를 살려준 김 감독의 합작품이 장운호다. 잠재력을 터트리는 건 본인 몫이다. 일단 과정은 매우 순조롭다. 한화 입장에서도 쓸 수 있는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게 큰 수확이다.
[한화 이글스 장운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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