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올 여름 극장가에 시대극 바람이 불 예정이다.
고려 말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한 '협녀, 칼의 기억'부터 일제시대 경성의 독립군 이야기를 그린 '암살' 까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중무장한 두 영화가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비슷한 소재와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들에 지친 관객들에겐 희소식이며, 한국 영화계로서는 소재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액션 사극 '협녀, 칼의 기억'은 혼돈이 세상을 뒤덮고, 백성들이 고통에 몸부림치던 고려 말 무신정권 속 세 검객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신정권은 칼 하나만 있으면 천민도 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던 시대로 권력을 탐하는 세력의 수탈이 그 어느 때보다 심했다. 영화 속 천한 노비 출신 유백이 왕을 쥐락펴락하는 최고 권력가가 될 수 있었던 드라마틱한 설정은 무신정권을 배경으로 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또 모계 사회였던 고려는 여성들의 지위가 높았고, 때문에 유백에게 칼을 겨누는 두 여검객 월소, 홍이의 캐릭터를 부각 시키는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대적 배경이 될 수 있었다.
영화의 프로덕션에 있어서도 고려 시대는 특별했다. 한국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시대이기에 박흥식 감독과 스태프들은 기존 사극 영화와의 차별화를 두는 데 중점을 뒀다. 문헌이나 사료가 부족한 탓에 고증의 한계를 넘어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상상력을 더한 새로운 느낌의 사극을 창조해낼 수 있었다.
여기에 기존 사극의 공간들이 대부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수평적이고,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협녀, 칼의 기억'은 수직적으로 높고, 단순하지만 질감이 강한 공간들을 만들어냈다. 의상에 있어서는 당시의 생활 풍속, 복식 등에 대해 기술한 '고려도경'이나 고려 불화 속 무사들의 착장 방식에서 영감을 얻는 등 시대상을 반영한 다양한 볼거리로 기대감을 더한다. 내달 13일 개봉.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독립군들과 임시정부대원, 그들을 쫓는 청부살인업자까지 이들의 엇갈린 선택과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이야기이다.
1930년대는 문학사적으로 낭만주의가 팽배했고 모더니즘이 꽃피운 시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독립을 위한 투쟁이 존재했던 시기이다.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며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독립군의 삶을 진정성 있게 그려낸 '암살'은 일제시대 상하이, 경성의 모습을 섬세한 스타일과 웅장한 스케일로 재현하며 다채로운 볼거리 또한 놓치지 않았다. 오는 22일 개봉.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암살' 포스터.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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