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과 KCC가 눈에 띈다.
프로농구 외국선수 드래프트가 완료됐다. 예상대로 1라운드에는 장신의 KBL 경력자, 2라운드에는 단신 기술자가 많이 지명됐다. 성적을 위해선 KBL 적응력이 검증된 선수, 특히 신장을 갖춘 선수가 필요했다. 뉴 페이스들 중에선 장신자보다 오히려 단신자들이 눈에 띄었다는 게 농구관계자들의 반응.
드래프트 결과를 볼 때 가장 눈길이 쏠리는 팀은 삼성과 KCC. 삼성은 2년 연속 1순위 지명의 행운을 안았다. 이상민 감독은 주저할 것 없이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1순위로 선택했다. 라틀리프의 1순위 지명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삼성은 라틀리프의 가세로 김준일과 함께 강력한 골밑을 구축했다. 2라운드서는 가드 론 하워드를 지명했다. 이미 FA 및 트레이드로 문태영, 주희정, 장민국 등을 영입한 상황. 최하위 탈출을 넘어 6강 진입도 가능한 멤버 구성이다.
KCC는 10개구단 중 유일하게 1라운드서 단신 테크니션 안드레 에밋(191cm)을 선발했다. 2라운드서는 검증된 테크니션 리카르도 포웰(196.2cm)을 지명했다. 1라운드 장신자, 2라운드 단신자를 지명한 나머지 9개구단과는 정반대의 선택. 더구나 포웰은 이번 드래프트 기준으로 볼 때 장신자지만, 절대 골밑 요원이 아니다. 결국 KCC에는 빅맨이 하승진 뿐이다.
▲무게감 업그레이드
삼성은 지난 시즌 후 FA로 풀린 선수들을 1명도 붙잡지 않았다.(계약한 이동준, 이정석은 곧바로 SK에 트레이드) 체질개선을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 대신 FA 최대어 문태영, 베테랑 가드 주희정을 영입했다. 결국 이시준 주희정 이호현 박재현 등으로 가드진을 정비했다. 그리고 임동섭이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트레이드로 장민국도 데려왔다. 문태영의 가세로 구멍이었던 포워드진도 풍부해졌다. 라틀리프와 김준일이 지키는 골밑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격상됐다.
이상민 감독의 지도력이 제대로 평가 받게 됐다. 지난 시즌에는 약한 멤버 구성으로 하위권 추락도 어느 정도는 용인됐다. 하지만, 삼성은 올 시즌 이 감독 부임 2년차를 맞아 승부수를 던졌다. 뉴 페이스들이 많은 만큼 조직력 재정비가 가장 중요하다. 문태영과 라틀리프는 모비스 특유의 톱니바퀴 조직력 속에서 효율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다만 문태영은 골밑에 들어가려는 습성 때문에 모비스에서도 함지훈, 라틀리프와 동선이 겹칠 때가 있었다. 삼성에서도 세밀한 위치조정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임동섭과 장민국으로 체력 관리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건 장점. 라틀리프의 경우 삼성에서도 잘 달리는 빅맨이 되려면 가드진의 도움이 필요하다. 양동근의 역할을 주희정과 젊은 가드들이 효율적으로 분담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 문태영-라틀리프-김준일 삼각편대의 위력을 끌어올리면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견해다.
다만, 김준일의 무릎이 다소 좋지 않다는 게 걸림돌. 왼쪽 무릎 치료를 하느라 그동안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김준일의 몸 상태가 시즌 초반에도 좋지 않다면 라틀리프의 골밑 수비, 리바운드 부담이 커진다. 문태영이 대표팀 일정으로 1라운드에 뛰지 못하는 것도 고민거리. 임동섭과 장민국이 있지만, 승부처에서 문태영 존재감은 남다르다. 삼성이 지난 시즌 승부처만 되면 고개를 숙였던 걸 감안하면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과제. 주희정을 영입했지만, 전체적으로 백업이 그렇게 풍부한 편이 아닌 것도 걸림돌이다.
▲추승균 감독의 색깔은
대행 딱지를 떼고 정식 감독 첫 시즌을 준비하는 추승균 감독.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에밋은 트라이아웃 때부터 단신 최대어로 평가 받았다. 1대1 테크닉이 화려하다는 평가. 1라운드 선발 가능성이 없진 않았지만, 추 감독은 5순위 지명권으로 로드 벤슨, 코트니 심스 등 검증된 빅맨들 대신 에밋을 선발했다. 대부분 팀이 검증된 빅맨을 1라운드서 선발하면서, 2라운드에선 포웰로 경쟁력을 높였다. 결국 포인트가드 김태술에 에밋과 포웰, 전태풍 등 테크니션들이 넘쳐난다. 넷 모두 볼 소유욕이 높은 유형. 반면 하승진을 제외하면 정통 빅맨이 없다. 포워드 김일두, 정희재 등의 골밑 부담이 커졌다.
전례를 감안하면 이런 조합은 모 아니면 도였다. 스몰라인업은 상대의 허를 찌를 순 있지만, 40분 내내 활용할 경우 매치업 열세를 절감할 수밖에 없다. 조직력 구축과 개개인의 역할 분담이 굉장히 중요해졌다. 당장 김태술과 전태풍, 에밋과 포웰의 역할 분담부터 중요하다. 또한, 상대가 빅맨을 기용할 때 수비조직력 구축도 굉장히 중요하다. 포웰의 경우 수비력은 인상적이지 않다. 에밋의 수비력은 베일에 가렸다.
하승진의 활약도 변수. 지난 20일 진천선수촌에서 확인한 하승진의 몸 상태는 매우 좋았다. 그러나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포함,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뛸 경우 일정이 겹치는 정규시즌 1라운드에는 나설 수 없다. KCC는 시즌 초반 빅맨 없는 농구를 해야 한다. 하승진이 돌아온 이후에도 빅맨 없는 농구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 하승진은 큰 몸집만큼 잔부상이 많다. 매 경기 2~30분 이상 소화할 수 있는 유형은 아니다. 시즌 초반 빅맨 없는 농구의 틀을 잡고, 시즌 막판까지 이어가야 한다.
[이상민 감독과 라틀리프(위), 추승균 감독과 에밋(아래). 사진 = KBL 사진 공동취재단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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