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은 온갖 파격적인 소재에도 결국엔 사랑과 성장을 품는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들의 성장기와 인간애를 다룬 뮤지컬로 숨기기만 했던 성장의 아픔을 수면위로 꺼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 방황, 불안한 심리 등을 강렬한 비트의 락 음악에 담아 파격적으로 그려낸 브로드웨이 이슈 뮤지컬이다. 2000년 초연 이후 미국, 영국, 필리핀, 호주, 벨기에, 캐나다, 페루에 이어 전 세계 8번째로 한국에서 초연됐다.
'베어 더 뮤지컬'은 공연 전부터 파격적인 소재가 강조됐다. 청소년의 동성애, 마약, 임신, 자살 등이 그것. 아직 불완전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이기에 파격적인 소재는 더 강하게 느껴졌다. 온갖 파격적인 소재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베어 더 뮤지컬'는 결국 사랑과 성장을 보듬는다. 모든 일이 사랑 때문에 벌어지고 흔들리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이기에 불안정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보수적인 카톨릭계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인 만큼 알게 모르게 느껴지는 억압에 일탈을 바라는 이들의 선택 강도가 더 세진다.
극중 인물들은 저마다 다른 성장의 아픔을 겪고 있다. 피터를 사랑하지만 세상의 시선이 두려운 제이슨, 제이슨과의 관계를 공개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제이슨으로 인해 상처 받는 피터, 예쁘장한 외모로 인해 편견에 시달리고 제이슨을 사랑하는 아이비, 그런 아이비를 사랑하는 맷,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꼬여버린 나디아 등 고민도 제각각이다.
상처를 보듬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불안한 청소년들이기에 그 아픔이 더 잔인하게 드러난다. 제일 과감한 듯 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대범한 듯 하면서도 가장 여린 이들의 아픔이 맨살이 찢기듯 점차 드러난다. 불완전한 이들의 감당 못할 아픔은 더 처절하고 관객들에게 더 애잔함을 전한다.
'베어 더 뮤지컬'은 각자의 아픔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상처와 치유 속에 성장하는 인물들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파격적인 소재 그 자체로만 받아들이기엔 우리와 전혀 다른 세상 속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역시 강도는 다르더라도 느껴봤을지도 모를, 그 시절 우리들의 이야기이기에 마냥 모른척 할 수는 없는 것. 관객들이 파격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파격적인 소재만 보다 보면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행동은 모두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사랑이 정해진 틀에 맞춰야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잣대 속에 살고 있다. 그저 우리의 잣대로만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모두 성장하고 그 안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됐든, 사랑하는 이로 인한 불안한 심리가 됐든, 자존감이라는 자신의 문제가 됐든 모두가 아픔을 이겨내고 그 과정에서 성장한다.
그런 면에서 '베어 더 뮤지컬'은 의미가 있다. 극중 인물들의 마지막이 어찌 됐든, 한창 흔들리고 불안할 나이에 세상 속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견딜 수 없는 아픔이 됐든, 치유할 수 없는 고통이 됐든 그 어떤 쪽으로라도 관객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와 내면이 그대로 전해진다. 때문에 '베어 더 뮤지컬'의 파격적인 소재에만 집중하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이들의 내면을 이야기 하는 만큼 배우들의 에너지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젊은 배우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개개인의 아픔을 살리는 동시에 융합이 잘 이뤄진다. 특히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듣기 편한 가창력이 귀를 사로잡는다.
중독성 있는 록음악 또한 대학로 스타들에 힘입어 관객들 뇌리에 콕콕 박힌다. 8인의 라이브 밴드 연주와 함께 다양한 장르의 넘버가 돋보인다. 여타 뮤지컬에 비해 노골적이고 파격적인 가사가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인물의 내면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더 강하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굳이 거부감을 갖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제이슨과 피터의 이야기가 너무 크게 부각되는 것은 다소 아쉽다. 전체 인물이 저마다 아픔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아이비, 나디아, 맷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 표현은 다소 부실한 면이 있다. 어느 정도 인물들의 이야기가 적당히 분산됐다면 더 전체적인 부분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공연시간 150분. 8월 23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문의 02-556-5910.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공연 이미지. 사지 = 마케팅컴퍼니 아침 제공]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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