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전주 안경남 기자] 3만1192명의 녹색 함성이 전주성에 울려 퍼졌다.
전북 현대는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23라운드에서 수원 삼성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승점 50점 고지에 올라선 전북은 2위 수원(승점40)와의 승점 차를 10점으로 벌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이날 전주성에는 축구가 팬들에 줄 수 있는 모든 게 있었다.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이근호의 깜짝 입단식부터 루이스의 맹활약 그리고 최강희 감독의 댄스 세리머니까지, 전주성은 축제였다.
수원과의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4만명 이상의 관중이 전주성을 찾으면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일종의 팬 서비스였다. 최강희 감독의 댄스 소식을 들은 팬들은 전주성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무려 3만1192명의 관중이 찾았다. 4만명에는 정확히 8808명이 부족했다. 그러나 주말 예능이 지배하는 일요일 저녁 7시인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관중 숫자였다.
영입은 언제나 즐겁다. 더구나 그것이 제법 괜찮은 선수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전북은 올 여름 에닝요, 에두와 작별했다. 슬펐다. 전력 손실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슬픔은 잠시였다. 전북은 곧바로 루이스를 3년 만에 복귀시키고 스페인 출신 공격수 우르코 베라에 이어 이근호까지 깜짝 임대 영입했다.
루이스와 베라는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때까진 예고된 행사였다. 전북 장내 아나운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고 이근호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이근호는 등번호 33번이 적힌 전북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팬들은 물론 취재진까지 놀랐다. 서프라이즈였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선수가 와도 경기에 패하면 의미는 퇴색하기 마련이다. 후반 37분까지 전북은 수원에 0-1로 끌려갔다. 염기훈의 슛이 빗나가지 않고 권창훈의 슛이 골대를 때리지 않았다면 더 크게 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전북의 손을 들어줬다.
교체로 들어온 루이스가 천금 같은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후반 42분에는 루이스의 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트렸다. 팬들에게 이보다 짜릿한 드라마는 없다. 3년 만에 돌아온 옛 전설이 역전극을 이끌었다. 팬들이 어찌 환호하지 않겠는가.
한 여름 밤 무더위를 날려버린 시원한 승리였다. 동시에 최강희 감독은 단일팀 통산 최다승인 154승을 달성하며 K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전북 지휘봉을 잡은 지 10년 만에 이룬 쾌거다. 4만명이 오면 춤을 추겠다고 했던 최강희 감독은 루이스와 손을 잡고 신나게 춤을 췄다.
K리그로 돌아온 이근호는 “전주성 분위기에 놀랐다. 유럽 축구 부럽지 않는 열기였다”며 놀라워했다. 루이스도 “두바이에선 이러한 팬들의 열정을 느끼기 어렵다. 전북 팬들이 항상 그리웠다”고 했다. 직접적인 멘트는 없었지만 스페인에서 온 베라도 전주성의 축구 열기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유럽이 부럽지 않았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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