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 시즌에는 몇 명 나올까.
타고투저 시대답게 올 시즌에도 홈런이 많이 나왔다. 8일 현재 리그 홈런 개수는 1026개. 경기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162개를 훌쩍 넘을 조짐. 그런데 1026개의 홈런 중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의 몫은 총 639개. 387개는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한 타자가 쳤다. 대타 요원, 혹은 부상과 부진으로 결장한 경기가 많은 타자들, 혹은 시즌 중반 입단하거나 퇴출된 외국인 타자들의 기록.
▲규정타석 無홈런 의미
8일 현재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50명.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은 각 팀의 주전들이라고 봐야 한다. 구자욱(삼성)처럼 확실한 자기 포지션 없이 이 포지션, 저 포지션을 돌면서도 규정타석을 채운 건 특별한 케이스.
규정타석을 채운 50명 중 아직까지 홈런을 단 1개도 때리지 못한 타자들이 있다. 올 시즌의 경우 7일까지 박해민(삼성), 정수빈(두산), 이대형(KT)이 규정타석을 채웠지만, 홈런 0개. 이대형은 LG 시절이던 2008년 이후 7년만에 규정타석 0홈런 타자로 기록될 수도 있다. 타고투저 시대에 아이러니한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시즌 중반을 지나는 상황서 아직까지도 홈런을 치지 못한 건 홈런타자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 그러나 규정타석을 채웠다는 건 결국 주전일 가능성이 크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별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 박해민의 경우 중견수 수비력이 리그 톱클래스로 꼽힌다. 최근 3경기서 13타수 7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3할 진입이 눈 앞. 풀타임 2년차로서 점점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홈런 1개에 그칠 정도로 홈런과는 거리가 있지만, 수비와 주루, 타격의 정확성 등에선 전혀 밀리지 않는다. 정수빈과 이대형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빠른 발 사나이들. 한 방 능력은 없지만, 기동력과 안정적인 외야 수비력을 보유, 매년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대형의 경우 LG 퇴단 이후 KIA를 거쳐 KT서 임시주장 역할을 잘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팀 공헌이 높다. 최근 조범현 감독도 "대형이가 많이 성숙해졌다"라고 칭찬했다.
종합해보면, 홈런은 아직 없지만 그 외의 다른 부분에서 팀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선수들이라고 보면 된다. 타고투저 시즌에서 홈런을 치지 못하는 타자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무시해선 절대로 안 되는 이유.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면서 홈런도 없는 타자들과는 천지차이다.
▲규정타석 無홈런을 벗어나는 방법
박민우(NC)도 홈런은 거의 치지 못하지만,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건실한 수비로 팀 공헌이 높은 타자. 그런 그도 올 시즌 첫 홈런을 7월 29일 대구 삼성전서 신고했다. 지난해에도 1홈런을 친 박민우의 통산 홈런은 2개. 홈런과는 거리가 있는 타자이니 첫 홈런 손맛은 특별했을 것이다.
박민우처럼 규정타석 無홈런을 벗어나려면 잔여 경기서 홈런을 치면 된다. 벤치의 신뢰 속에 꾸준히 경기에 나가는 케이스인 만큼 약 40경기서 홈런 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다. 다만, 박해민, 이대형의 경우 홈런 스윙을 하는 타자가 아니다. 의식적으로 홈런을 치려고 할 가능성은 낮다. 지금도 충분히 팀 공헌이 높기 때문.
규정타석 無홈런을 벗어나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홈런을 치는 게 아니라 규정타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홈런을 치지 못하는 것보다 불명예스럽다. 하지만, 시즌 중반까지 규정타석을 꾸준히 채우다 시즌 막판 갑작스럽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엄청난 타격 부진으로 기회를 잃는 게 아니라면 불의의 부상으로 갑자기 장기간 전력에서 이탈하는 케이스밖에 없다.
현재 정수빈이 무릎과 발목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 97경기를 치른 두산의 규정타석은 8일까지 300.7타석. 정수빈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나가면서 이미 373타석에 들어섰다. 부상이 그리 심각하지 않아 조만간 복귀할 전망. 규정타석에서 제외, 각종 제도권에서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정수빈은 통산 13홈런으로 홈런을 전혀 치지 못하는 타자도 아니다.
▲최다 이용규, 2008년에는 5명
범위를 21세기 이후로 넓혀보자. 이용규(한화)는 2007년, 2008년, 2014년 등 무려 세 차례나 규정타석을 채우고도 홈런을 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용규는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앞세워 리그 톱클래스 외야수로 공인 받았다. 세 차례나 규정타석 無홈런을 기록했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벤치의 인정을 받고 꾸준히 출전했다는 의미. 그런 이용규는 올 시즌 이미 3개의 홈런을 때렸다.
이종욱(NC)도 두산 시절이었던 2008년과 2012년 규정타석을 채웠음에도 홈런을 치지 못했다. 그역시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으로 꾸준히 사랑 받는 외야수. 연도별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 준족의 야수들. 그런데 2001년 서용빈(LG)의 경우 홈런은 없었지만, 전성기 시절 중거리 타자로 명성이 자자했다. 통산타율 0.290의 서용빈 코치는 9시즌 통산 22홈런을 때렸다.
2008년에는 무려 5명(이용규, 김원섭, 이종욱, 이대형, 추승우)이 규정타석 無홈런을 기록했다. 2014년 1명(이용규), 2013년 2명(김종호, 조동화), 2012년 1명(이종욱), 2010년 1명(오재원), 2007년 1명(이용규), 2005년 2명(정수근, 정수성), 2001년 2명(김수연, 서용빈) 등 최근 매 시즌 1~2명이 배출됐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치.
한편, 지난해와 더불어 역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과 2000년, 21세기 이후 2002년, 2003년, 2004년, 2006년, 2009년, 2011년에는 규정타석 無홈런타자가 없었다. 오히려 최근 4~5년간 규정타석 無홈런타자가 꾸준히 배출되는 추세. 현대야구에서 타자가 홈런을 치는 건 별 일도 아니지만, 홈런 없이도 자신만의 매력을 인정받는 시대이기도 하다.
[위에서부터 박해민, 정수빈, 이대형,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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