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지금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투수다. "괜히 메이저리거가 아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두고 하는 얘기다. 선발투수 고민을 덜어준 것은 물론이고, 팀 분위기까지 확 바꿨다.
로저스의 올 시즌 2경기 성적은 2승 평균자책점 0.50. 18이닝 동안 단 한 점만 내줬고, 6안타 3볼넷을 허용했으나 삼진 14개를 솎아냈다. 최고 구속 154km에 이르는 직구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못 던지는 구종이 없다. 로저스는 "경기에 나설 때마다 모든 구종을 다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가 메이저리그에서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았는데, 트리플A에서 폼을 바꾸고 변화구를 많이 던지더라"고 설명했다. 스스로 살길을 찾았다는 얘기다.
로저스는 데뷔전인 6일 대전 LG전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완투승, 11일 수원 kt전에서는 9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이라는 어마어마한 투구를 선보였다. 데뷔 후 2경기 연속 완투승은 KBO리그 최초 기록이다. 2경기 만에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어필한 것. 단순히 개인 성적만 나온다고 끝이 아니다. 팀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로저스가 한화의 무엇을 바꿨는지 한 번 살펴보자.
▲필승조 없이 이긴다
올 시즌 한화의 필승조는 박정진-윤규진-권혁이다. 이들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선발투수가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떠나도 이들 셋의 릴레이를 앞세워 따낸 경기가 대다수다. 12일 오전 기준 한화의 퀄리티스타트는 총 21회에 불과하다. 선발투수가 6이닝을 3실점 이내로 막고 내려가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퀄리티스타트가 나오기만 하면 17승 4패로 승률이 80.9%에 달한다. 특히 로저스가 선발 등판한 2경기에서 한화는 계투진을 단 한 명도 쓰지 않았다. 확실한 선발 카드가 있다는 건 매우 행복한 일이다.
권혁(후반기 10경기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3.07), 윤규진(8경기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2.45), 박정진(11경기 1승 2홀드 1.80)의 후반기 평균자책점을 합산하면 2.43(40⅔이닝 11자책)으로 훌륭하다. 한화의 후반기 불펜 평균자책점도 3.79로 리그 2위다. 하지만 이들이 매 경기 마운드에 오를 수는 없다. 필승조를 쓰지 않고 경기를 잡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인데, 그게 선발투수의 완투승이나 완봉승이라면 더 바랄 게 없다. 그걸 로저스가 해냈다. 한화는 단숨에 삼성, 두산, 롯데와 함께 리그 완투승 공동 1위(3회)로 올라섰다.
▲분위기 메이커의 등장
한화의 한 젊은 선수는 로저스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런 외국인 선수는 없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실제로 로저스는 첫 등판에서 호수비를 선보인 야수들을 박수로 격려했고, 외야수 송주호를 직접 안아주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도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이며 화이팅을 불어넣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낼 때나 이닝을 마칠 때 어김없이 세리머니를 한다. 물론 상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그러니 팀 분위기가 살아날 수밖에 없다.
마인드도 훌륭하다. 팀 승리만 생각한다. 로저스는 지난 4일 선수단에 합류해 "나는 매일 싸울 것이고, 팀 승리를 위해 공을 던지겠다. 나갈 때마다 이기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고, 전날(11일) 완봉승 직후에도 "완투 기록은 신경 쓰지 않았다. 팀 승리에만 집중했다. 매 경기 모든 구종을 다 던지려고 노력한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의 리드를 최대한 따르려고 한다"며 '팀 퍼스트'를 외쳤다.
지금까지만 보면 한화의 로저스 영입은 대성공이다. 계약 당시만 해도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다. 일단 올 시즌 후반기를 위해 데려온 투수인데 너무 많은 돈을 쓴 게 아니냐는 게 골자. 그런데 이유가 있다. 한화는 가을야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100만 달러를 들여 로저스를 잡아왔다. 지금처럼만 던져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2경기 연속 쾌투로 우려의 시선을 잠재웠다. 특히 9회에도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원하는 코스에 편안하게 던지는 모습은 남은 시즌 활약을 기대케 하기 충분했다. 이닝이팅 능력에 강속구, 커브와 슬라이더까지 다양한 변화구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로저스에게 무슨 말이 필요할까. 모두 그를 작품이라고 부르는데.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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