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역방어와 (풀코트)프레스죠."
남자농구대표팀 골밑 자원을 살펴보자. 김주성이 사실상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오세근은 부상으로 제외됐다. 기존의 김종규, 이종현에 하승진이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강상재, 포워드 이승현과 윤호영이 가세했다.
현 시점에서 이들은 크고 작은 약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전체적인 신장은 작지 않지만, 세대교체를 완성한 중국,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는 이란, 귀화선수 안드레이 블라체가 가세한 필리핀에 골밑 전력에서 앞선다고 볼 수 없다. 이 약점을 최소화하는 게 대표팀의 과제. 아시아선수권대회 성적과 직결될 수 있다.
▲하승진 투입의 명암
오랜만에 대표팀에 가세한 하승진은 최근 대표팀 훈련 도중 종아리에 부상했다. 소속팀 KCC에서 치료받은 하승진은 최근 완쾌, 다시 대표팀에 가세했다. 하승진의 의욕은 남다르다. 대표팀에서 제대로 공헌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하승진이 투입되면 대표팀이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된다. 하승진의 수비 범위가 좁고 스피드가 느리기 때문. 예를 들어 3-2 지역방어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뒷선에 위치한 하승진이 양 코너까지 커버하긴 부담스럽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맨투맨 수비도 쉽지 않다. 상대가 하승진의 느린 스피드를 이용, 뒷공간을 활용하거나 픽&팝 등으로 하승진을 외곽으로 끌어낼 경우 난감해진다. 김동광 감독은 11일 대만전을 앞두고 "승진이가 투입되면 레귤러한 2-3지역방어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로테이션 수비도 승진이에게 맞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래도 하승진을 외면할 수 없다. 김 감독은 "220cm 넘는 선수가 골밑에서 한 골씩 넣는 위력은 상대에 타격이 있다. 이 부분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라고 했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리바운드와 골밑 득점은 하승진이 반드시 해내야 할 사항. 김 감독은 이를 위해 하승진에게 좀 더 터프한 몸싸움에 의한 자리잡기를 강조했다.
▲김종규·이종현이 2% 부족한 부분
대표팀은 11일 대만과의 연습경기서 졌다. 퀸시 데이비스, 쩐원딩 등이 포함된 대만은 최정예멤버로 방한했다. 승패가 중요하진 않았다. 문제는 내용. 대표팀 빅맨들은 대만 빅맨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부상에서 회복한 하승진과 김종규, 살을 쪽 뺀 이종현 등 어느 한 명도 골밑에서 확실하게 버텨내는 느낌이 부족했다는 점. 대만 빅맨들의 터프한 몸싸움에서도 밀렸다. 끝까지 힘으로 밀고 들어간 뒤 안정적인 바디 밸런스를 바탕으로 골밑 득점이 나와야 하고, 실점하더라도 골밑에서 최대한 버텨내야 했다. 파워에 대한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종규와 이종현은 장점이 많다. 김종규는 기동력과 속공 마무리, 센스 있는 블록슛 능력을 갖췄다. 이종현은 서머리그 참가를 위해(실제로는 불발) 미국에서 잠깐 머무르면서 가드 역할도 경험해보는 등 농구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성실하다. 과거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농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개인을 버린 팀 정신 등은 높게 평가받을만 하다. 하지만, 냉정히 볼 때 파워 부족과 함께 골밑에서의 1대1 포스트업과 페이스업 등 공격 마무리 능력, 골밑 수비 때 빅맨들을 상대로 1대1로 버텨내는 능력, 외곽에서의 수비 움직임, 중거리슛 등 어느 한 부분도 아시아 최정상급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프로 2년을 경험하며 조금씩 발전 중인 김종규보다 대학에서 정체된 느낌이 있는 이종현이 좀 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처방전
골밑에서 확실히 버텨줄 선수가 부족한 상황. 약속된 도움수비와 지역방어로 골밑 약점을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김 감독도 "지역방어와 풀코트 프레스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최대한 골밑에 공이 덜 들어오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현재 김 감독은 기본적인 매치업존과 함께 3-2 드롭존의 사용을 검토 중이다. 아직 많은 연습을 하지는 못했지만, 수비 센스가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산. 김 감독은 "종규, 호영이, 승현이 등을 맨 앞에 세울 수 있다"라고 했다. 드롭 존을 통해 부족한 1대1 골밑 수비도 보강하고, 기동력을 활용해 득점력까지 높이겠다는 의도.
앞선에 김종규를 세우면 빠른 공수전환과 속공 득점을 노릴 수 있다. 다만,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세부적인 움직임과 타이밍 등에선 윤호영이 한 수 위. 그러나 윤호영은 11일 대만전서 비교적 몸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각종 잔부상으로 몸 컨디션 자체를 완벽히 끌어올리지 못한 느낌. 물론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수비 센스가 좋은 이승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승현은 "예를 들어 상대가 더블 포스트를 쓰면 내가 4번을 맡기 때문에 승진이 형이 맡는 선수를 도움 수비하는 게 편하다. 그러나 싱글 포스트에선 내가 바깥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골밑에 있는 승진이 형을 돕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땐 지역방어를 써야 한다"라고 했다. 이승현의 센스는 남다르다. 발도 느리지 않으면서 하승진, 이종현 등의 약점을 적절히 메워낼 수 있는 카드. 그 역시 외곽 수비 움직임이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프로를 경험하면서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대표팀 골밑의 평균 신장은 역대 최강이다. 하지만, 지금 구성에선 높아진 신장이 전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 세부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약속된 움직임에 대한 수행능력을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남자농구대표팀.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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