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강산 기자] 도핑 징계가 끝나고 돌아온 한화 이글스 최진행이 복귀전에서 펄펄 날았다. 우려했던 비난과 야유는 없었다.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를 찾은 팬들은 최진행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무척 훈훈한 장면이었다.
최진행은 12일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전에 6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지난 6월 23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무려 50일 만에 선발 라인업에 복귀한 것.
최진행은 도핑 징계를 마치고 전날(1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않고, 벤치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김성근 감독은 전날 "당분간 최진행을 대타로 쓸 예정이다. 실전 감각이 관건"이라 했는데, 이날 곧바로 최진행을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복귀 첫 타석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한화가 2-0으로 앞선 1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최진행이 배터박스로 걸어나왔다. 그는 타석에 들어서기 전 한화 팬들이 자리 잡은 3루측, 외야, 1루측 관중석 순으로 정중히 인사했다. 속죄의 의미였다. 헬멧을 벗고 90도로 인사했다.
최진행은 전날 취재진과 만나 "비난 여론은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는 방법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복귀 첫 타석에 들어서기 전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야유가 나올 수도 있었다. 도핑 적발 당시 여론이 워낙 싸늘했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팬들은 최진행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어두운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았다. 이에 힘을 얻었을까. 최진행은 kt 선발투수 주권의 3구째 124km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중월 투런포로 연결했다. 실투를 놓치지 않고 2-0에서 4-0으로 달아나는 홈런을 터트린 것. 복귀 첫 타석부터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 팬이 감격해 눈물을 글썽이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2번째 타석에서도 최진행의 방망이는 식지 않았다. "실전 감각이 문제"라던 김 감독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최진행은 팀이 6-0으로 앞선 2회초 1사 1, 3루 상황에서 엄상백의 5구째 137km 패스트볼을 타격, 우익수 방면 2타점 2루타로 연결했다. 단 두 타석 만에 홈런과 2루타로 4타점을 쓸어담은 것. 그는 후속타자 장운호의 2루타에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여기까지였다. 최진행은 3회초 2사 1, 2루 상황에서 대타 조인성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4타점 1득점 맹활약. 50일의 공백은 없었다. 결국 한화는 13-4 대승으로 시즌 첫 4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최진행은 3회초 타석에서 교체된 뒤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기도 했다. 오래간만에 1군 경기에 나서 중압감이 컸던 모양이다.
사실 걱정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다. 최진행은 전날 기자회견 당시 몹시 풀죽어 있었다. 더그아웃에서도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선수들의 위로에도 좀처럼 기운을 찾지 못했다. 죄책감이 몹시 커 보였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달랐다. 전날 "다시 한 번 야구선수 최진행을 돌아보게 됐다. 처음 겪는 일이고, 겪어서도 왼 될 일이다. 일상생활 같던 야구가 너무나 간절했고,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하다"고 했던 최진행이다. 그가 유니폼을 입고 약속을 지켰다. 만약 팬들의 비난과 야유가 이어졌다면 오히려 흔들릴 수 있었지만 뜨거운 격려에 힘을 냈다. 팬들의 격려가 최진행의 4타점 복귀전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진행은 잘 이겨냈고, 양 팀 팬들 모두 최고의 매너를 보여줬다.
[한화 이글스 최진행(왼쪽)을 김태균이 안아주고 있다. 사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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