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0에서 잘 버텨야 하는데..."
넥센은 13~14일 목동 한화전을 모두 잡았다. 57승47패1무로 3위 두산에 1경기 뒤진 4위. 2,5경기 차로 추격했던 한화를 4.5경기 차로 밀어낸 것도 수확. 넥센은 시즌 내내 3~4위권을 안정적으로 지키고 있다. 다만 NC, 두산과의 2위 싸움에선 한 발 밀려난 상태. 물론 2위 싸움은 아직 사정권 내에 있다.
2위와 3위, 3위와 4위는 천지차이다. 포스트시즌 시작 시점이 다르고,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때문에 넥센은 잔여 39경기서 4위를 지키면서 상황에 따라 2위 혹은 3위를 노려야 한다. 어느 시점에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총력전, 즉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 그런데 그 타이밍을 잡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자칫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내상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승이 버티기의 상징인 이유
염 감독은 "+10에서 잘 버텨야 하는데"라고 했다. +10은 승패 마진을 의미한다. 57승47패1무의 넥센 승패마진은 정확히 +10. 현재 8연전을 치르고 있는 넥센은 중간전적 3승3패로 +10을 지켜냈다. NC에 2연패한 뒤 한화에 2연승하면서 한 숨을 돌렸다.
염 감독이 +10에서 버텨야 한다는 말을 한 이유는 +10승이 시즌 막판 승부를 걸 수 있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 현재 2위 NC의 승패 마진은 +16, 3위 두산은 +12다. +10을 유지하면 +16의 NC는 몰라도 +12위 두산은 지속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 실제 NC와 두산도 시즌 중반 이후 확 치고 나간다는 느낌은 없다. 상위권 팀들이긴 하지만, 모두 약점을 갖고 있다.
▲승부수를 던지기 어려운 이유
그런데 염 감독은 +10승 유지와는 무관하게 "이대로 승부를 던져보지도 못하고 시즌이 끝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염 감독은 넥센이 승부수를 던지려면 +10승을 기본적으로 유지한 채 약간의 운이 따라야 한다고 봤다. 실제 2위 NC와 3위 두산이 넥센과 같은 페이스로 승수를 쌓으면 도저히 따라잡을 방법은 없다. 일단 두 팀이 주춤한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넥센도 치고 올라갈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넥센은 리그 최강타선에 비해 마운드 짜임새가 약간 떨어진다. 염 감독도 이미 수 차례 "올 시즌에도 마운드 구성은 실패"라고 고개를 숙였다. 부실한 3~5번 토종 선발, 기복이 있는 필승계투조 등 마운드 불안요소가 많은 게 사실.
염 감독은 "아직 올 시즌에는 좋은 흐름을 한 번도 잡지 못했다. 이겨야 할 경기를 이겼던 것일 뿐"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상대 수비와 마운드의 자멸, 뜻하지 않은 강우콜드게임 승리(투수력 세이브)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넥센은 그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염 감독은 "우리 구성과 전력으로 꼭 이겨야 하는 5경기 정도를 놓쳤다. 대표적인 게 삼성과의 전반기 마지막 게임"이라고 아쉬워했다. 특유의 활화산 타선이 중반까지 경기 흐름을 장악하면 넥센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순위싸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16일 포항 삼성전의 경우 삼성 마운드를 난타하고도 경기 종반 필승계투조가 삼성 타선을 극복하지 못해 난타전 끝에 패배했다. 결국 넥센 마운드의 불안정성이 드러난 게임. 그런 경기가 5경기 쯤 있었다는 게 염 감독 회상이다. 그는 "운도 준비가 돼 있어야 잡을 수 있다. 약점이 있으니 좋은 흐름을 오래 갖고 가질 못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이런 현실과 상황에서 내일을 버리고 승부를 걸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염 감독 판단이다.
▲조급해지면 안 된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4위에 위치한 현실 속에서 염 감독이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내가 조급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리더가 조급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염 감독은 "사실 어제(13일 한화전, 9-4 승리) 5점 차에서 9회 (손)승락이를 넣고 싶었다. 확실하게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13일 한화전 직전 NC에 당한 2연패가 뼈 아팠다. 넥센으로선 13일 한화전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5점 차라도 해도 마무리투수를 넣어 한화의 추격을 확실히 뿌리치고 싶었지만, 염 감독은 김동준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는 "그렇게 하면 선수들이 '어, 저건 감독님 스타일 아닌데'라고 할 것 같았다"라고 했다. 자신이 순간적으로 조급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마음을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마찬가지 의미. 염 감독은 "넥센다운 야구를 해야 한다. 그럼 70%는 이길 수 있다. 항상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선수들은 정상적으로 넥센다운 야구를 하고, 순위다툼과 승부수에 대한 고민은 염 감독 자신이 하겠다는 뜻. 염 감독 말에서 리더의 고뇌가 드러난다. 넥센이 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마지노선인 +10승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염경엽 감독과 넥센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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