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장원준의 가치는 엄청나다.
두산이 FA 장원준을 84억원을 주고 영입한 건 현명했다. 그는 올 시즌 맹활약하고 있다. 특유의 부드러운 투구폼과 힘으로만 승부하지 않는 피칭 스타일, 수비가 탄탄하고 투수친화적인 홈 구장, 강력한 타격 등 두산은 여러모로 장원준과 궁합이 잘 맞는다. 14일 잠실 NC전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수립했다. 최소한의 제 몫을 했다.
▲그의 저력
14일 경기의 주인공은 장원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원준은 등판할 때마다 꾸준히 팀에 공헌하고 있다. 22경기서 퀄리티스타트는 14회. 그런데 나머지 8경기 중 6경기서 5이닝 이상 4실점 이하를 동시에 달성했다. 이를테면 5이닝 3실점, 5이닝 4실점, 6이닝 4실점 경기도 더러 있었다. 최소한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 팔꿈치 통증으로 자진 강판했던 5월 1일 대구 삼성전(1이닝 4실점)을 제외하면, 7월 28일 잠실 한화전(4⅓이닝 7실점)이 유일하게 초반 난타당한 게임이었다.
결국 이 두 경기를 제외한 20경기서 최소한 팀이 집중력을 갖고 후반 승부를 할 수 있는 흐름을 잡아줬다고 봐야 한다. 압도적인 임팩트는 없지만, 무너지지 않고 꾸준하다. 선발투수 난에 시달리는 KBO리그에 이렇게 계산이 되는 선발투수는 많지 않다.
두산은 삼성과 함께 선발진이 가장 탄탄하다. 4~5선발을 꾸리는 게 버거운 대부분 팀과는 달리 로테이션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그 중에서도 장원준은 매 경기 꾸준히 제 몫을 한다는 믿음을 두산에 심어줬다. 더스틴 니퍼트가 올 시즌 전반적으로 주춤하고, 앤서니 스와잭은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5선발 허준혁도 꽤 안정적이지만, 장원준의 안정감과는 아직 체감적 차이가 있다. 결국 장원준은 유희관과 함께 실질적인 원투펀치. 유희관이 15승을 달성하며 시즌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알고 보면 꾸준한 장원준의 저력도 무섭다. 매 경기 타이트한 승부의 연속인 포스트시즌서 장원준의 저력은 더욱 빛날 수 있다. 기본 5~6이닝을 확실히 책임져주기 때문이다.
▲연속기록의 가치
범위를 넓혀보면, 장원준의 저력은 연속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장원준은 시즌 중반 이후 각종 크고 작은 기록들을 많이 만들어냈다. 롯데 시절부터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제 몫을 해왔기에 가능한 기록들.
7월 22일 인천 SK전서 시즌 10승째를 거뒀다. 6년 연속 10승. 전체 8번째이자 좌완으로 한정하면 류현진(2006년~2011년)에 이어 두 번째. 내년에도 10승을 거둘 경우 류현진을 넘어서는 건 물론, 10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이강철(1989년~1998년),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의 정민철(1992년~1999년)에 도전할 수 있다.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폼을 갖고 있고, 아직 나이가 만 30세인 걸 감안하면 이강철 넥센 수석코치의 기록에 도전할 만하다. 또한, 통산 96승의 장원준은 빠르면 올 시즌 100승도 달성 가능하다. KBO리그서 100승을 달성한 22명의 투수 중 현역으로 뛰는 투수는 5명에 불과하다.
14일 잠실 NC전서는 3회 김태군을 상대로 왼손투수 최초로 8년 연속 100탈삼진을 달성했다. 삼진을 많이 잡는 피칭 스타일이 아닌데도 워낙 수년간 꾸준하게 활약하면서 자연스럽게 달성한 기록. 장원준은 정민태(1995년~2004년, 2001년~2002년 일본 시절 제외)의 8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내년 이후 정민태를 넘어서면서 이강철(1989년~1998년)의 10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에도 도전할 수 있다. 그에 앞서 8일 잠실 LG전서 개인통산 1000탈삼진을 달성했는데, 현역 5위 기록이다.
그렇게 눈에 띄지 않지만, 장원준은 7월 16일 잠실 KT전서는 9년 연속 100이닝을 돌파했다. 100이닝은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하는 선발투수에겐 당연히 따라오는 기록이지만, 9년 연속 기록이라는 게 눈에 띈다. 결국 장원준이 지난 9시즌 연속 아프지 않고 꾸준히 공을 던졌다는 또 하나의 증거이기 때문. 장원준은 통산 1458⅓이닝을 소화했는데, 역시 현역 5위 기록이다.
꾸준히, 꼬박꼬박 등판하면서 쌓아온 연속기록의 저력. 아직 만 서른인데다 궁합이 잘 맞는 두산과 내년 이후에도 최소 3년간 함께한다. 장원준의 저력과 기록 가치는 곧 두산 마운드의 내실로 이어진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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