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지저스, 무슨 말이 필요해. 모두 널 작품이라고 불러.'
인기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가 아니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화 팬들은 첫 2경기에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보여준 로저스를 '지저스(Jesus)'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실제로 그의 투구를 보면 감탄사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성적도 훌륭하다. 16일 삼성 라이온즈전 포함 올 시즌 3경기에서 2승을 따냈고, 평균자책점은 1.78(25⅓이닝 5자책)에 불과하다.
로저스는 KBO리그 데뷔전인 지난 6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 완투승을 따냈다. KBO리그 사상 첫 외국인 데뷔전 완투승. 이도 모자라 지난 11일 수원 kt wiz전에서는 9이닝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따냈다. KBO리그에서 데뷔 첫 2경기 연속 완투승을 따낸 건 로저스가 처음이었다. 그의 몸값(100만 달러)을 '오버페이'라 외치던 이들도 하나 둘씩 자취를 감췄다.
16일 삼성전은 진짜 시험대였다. 많은 이들이 "강타선을 자랑하는 삼성과 넥센을 상대로 어떻게 던지나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삼성은 이날 전까지 팀 타율(0.299)과 득점(644점), 타점(616점) 2위, 홈런(130개) 3위에 올라 있었다. LG, kt와는 달랐다. 팀 순위도 65승 41패로 리그 단독 선두였다.
로저스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역시 괴물이었다. 위기 속에서도 상황에 맞는 투구로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7회, 8회에도 구속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8회말 121구째는 152km, 122구째는 154km까지 찍혔다. 주무기인 강속구에 종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타이밍을 뺏는 위력이 대단했다. 호수비를 선보인 동료들을 격려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7⅓이닝 5피안타 6사사구 8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를 따내진 못했다. 권혁의 승계주자 실점이 아쉬웠다. 한화는 5-6으로 패해 4연패, 6위로 내려앉았다.
이전 등판과 견줘 사사구가 다소 많았던 게 아쉬웠지만 공격적인 투구는 여전했다. 힘 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던졌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슬라이더나 커브도 포수 조인성의 미트에 그야말로 예쁘게 꽂혔다. 이날 로저스는 최고 구속 154km 패스트볼(47개)뿐만 아니라 커브(33개), 슬라이더(29개), 투심(8개), 체인지업(6개)까지 보유한 구종을 다 던졌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내 공을 모두 던지려고 한다"는 말을 또 한 번 실천에 옮긴 것.
비록 3연승에는 실패했지만 또 한 번 무서운 이닝 소화 능력을 보여주면서 괴물 투수임을 입증한 로저스다. 3경기 평균 이닝이 8.44이닝인데, 경기당 평균 8⅓이닝씩 던진 셈이다. 물론 3경기 기록이라 표본이 작지만 탁월한 이닝이팅 능력을 보여주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로저스의 괴물투, 한화가 패배 속에서 건진 수확이다.
[한화 이글스 에스밀 로저스.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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