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벌써 7팀이 '월요야구'를 경험했다.
8월부터 토요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 일요일부터 꼼짝 없이 8연전을 치른다. 삼성이 이미 경험했다. LG KIA 롯데 SK 두산은 일요일 경기 취소를 경험했다. 17일부터 7연전에 돌입했다. 말이 7~8연전이지 체감 피로는 그 이상이다. 취소된 토~일요일에도 경기장에 나와서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거나 이미 경기에 들어간 뒤 노게임 선언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 경기를 치른 것으로 치면 실제로 약 2주 연속 온전히 쉬지 못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심지어 넥센은 토, 일요일 취소를 한 차례씩 겪으면서 2주 연속 월요일에 야구했다. 사실상 4일 목동 KIA전부터 23일 잠실 LG전까지 죽음의 18연전을 치르는 스케줄.
월요야구는 2년 연속 열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9월 말 인천 아시안게임 때문에 시즌 내내 부정기적으로 월요야구를 치렀다. 올 시즌에도 11월 8일 개막하는 프리미어 12 준비를 위해 8월부터 한시적으로 부활했다. 물론 KBO는 국제대회가 시즌 스케줄 진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월요야구 혹은 더블헤더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누가 봐도 월요야구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현호 케이스
어느 팀이든 7~8연전에 걸리면 마운드 운영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임시 선발이 추가될 수 있고, 보직을 임시로 변경하는 투수가 나올 수 있다. 어떤 식으로든 변형을 가하면 추가적으로 인력이 가세해야 한다. 올 시즌 월요야구 4경기서도 일부 팀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지 않았던 뉴 페이스를 선발로 기용했다.
대표적인 팀이 두산. 16일 인천 SK전서 유희관을 선발로 내세울 차례였다. 그러나 발목 통증으로 휴식기를 갖게 되면서 베테랑 이재우를 예고했다. 그런데 그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17일 월요일 경기에 좌완 이현호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현호는 올 시즌 내내 불펜으로 뛰었지만, 사실 쓰임새는 어정쩡했다. 후반기 들어 안정감을 찾은 필승조에 확실히 편입됐다고 볼 수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이현호를 선발로 내세워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현호는 6이닝 1피안타 3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역투, 생애 첫 선발승을 따냈다. 그의 호투로 두산은 1승을 따내면서 기존 선발투수들의 예정된 등판 날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 사람이 반기지 않는 월요야구지만, 이현호처럼 누군가에겐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현호는 당장 17일 호투로 어떻게든 팀 내 입지를 넓힐 수 있는 찬스를 맞이했다. 사실 지난주 8연전을 치렀던 삼성도 기존 선발투수들의 로테이션 간격을 지켜주기 위해 14일 광주 KIA전서 정인욱의 복귀전을 성사시켰다. 물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삼성으로선 아쉬운대로 정인욱의 정확한 경쟁력을 파악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발상의 전환
기량이 쇠퇴하거나 입지가 어정쩡해진 베테랑들이 뒷선으로 밀려나면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들이 그 빈틈을 메워줘야 한다. 그러나 약 2~3년부터 그런 부분이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2006년 류현진 이후 10년 가까이 순수 괴물신인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타자들은 과거보다는 못하더라도 좋은 자원들이 매년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투수가 없다'라는 현장 지도자들의 푸념은 의외로 자주 듣는다. 타고투저의 원인 중 하나가 타자들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투수들에게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필승계투조와 추격조의 기량 격차는 말할 것도 없고, 4~5선발이 제대로 자리 잡힌 팀들도 많지 않다.
월요야구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기회다. 물론 시즌 내내 4~5선발이 잘 돌아가는 팀도 많지만, 기존 화~일요일 스케줄에서 쉽게 보지 못할 어떤 투수가 선발로 기회를 얻을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기존 불펜진의 휴식을 위해 롱릴리프로 뉴 페이스 투수를 실험해볼 수 있다. 삼성처럼 월요일에 정상적으로 마운드를 운영하고 주중에 임시 선발을 투입해볼 수도 있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17일 두산 선발로 깜짝 호투한 이현호 역시 선발로서 여전히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놓인 투수다. 하지만, 도전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월요야구가 아니면 뉴 페이스 투수 실험 기회는 많지 않다. 선수 1명을 발굴하는 데 도전과 실패가 뒤따르는 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월요야구를 치르면 투수뿐 아니라 새로운 타자도 발굴할 기회가 생긴다. 체력 부담이 큰 누군가는 장기연전 중 휴식이 필요하고, 누군가가 그 빈틈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12 2회 대회가 2019년에 열린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 변수는 있겠지만, 내년 정도를 제외하고 2017년부터는 해마다 국제대회가 열릴 수도 있다. 그 대회들이 KBO리그 정규시즌 일정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월요야구를 의외로 자주 볼 가능성도 있다.
여전히 월요야구는 현장 입장에선 부작용이 많다. 그런데 프로는 항상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동력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다. 기왕 하는 월요일 야구라면, 조그마한 순기능이라도 찾는 게 중요하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월요야구는 뉴 페이스 발굴의 또 다른 기회다.
[이현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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