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무런 생각이 없죠."
두산 김현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어느덧 풀타임 9년차다. 지난 9년간 많은 경험을 쌓았다. 지난해까지 무려 6차례나 규정타석 3할 이상을 때렸다. 포스트시즌, 국가대표팀 경기도 숱하게 치렀다. 이젠 김현수만의 타격관이 확실히 정립됐다고 봐야 한다.
18일 잠실 삼성전을 앞두고 만난 김현수는 "주변 상황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생각 없이 산다. 3번을 치든 4번을 치든 신경 쓰지 않는다. 타석에 들어서는 순서의 차이일 뿐이다. 올 시즌 후 FA가 되지만, 경기도중 의식한 적도 없다. 숫자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전광판에 나오는 내 기록도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다"라고 털어놨다. 일종의 무념무상 타법이다.
▲두 번의 부름
김현수는 두산 간판스타다. 하지만, 그는 신고선수 출신이기도 하다. 신일고를 졸업한 뒤 아무도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두산에 입단했지만, 당연히 입지는 불안했다. 김현수는 "그때는 3년 내에 1군 한 타석에 들어서는 게 목표였다"라고 회상했다. 김현수는 2006년 딱 한 차례 1군 경기에 나서면서 소원을 풀었다. 그 이후 "그게 이뤄지고 나서는 두려울 게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2007년 본격적으로 풀타임 기용됐다. 김현수는 "삼성과의 개막 3연전이었다. 어떻게 1군에 들어갔는데 감독님(NC 김경문 감독)이 갑자기 부르시더니 일요일 경기에 지명타자로 나가라고 하더라. 한 8번 칠 줄 알았는데 3번이었다"라고 웃었다. 김현수가 신고선수 허물을 벗고 스타로 거듭나는 시작점이었다. 이후 그는 1군 한 타석에 간절했던 시절을 넘어서서 더 많은 걸 이뤘다. 김현수는 "그래도 그때는 매일 경기에 나가는 게 목표였다"라고 돌아봤다.
결정적으로 한 단계 성숙해진 계기가 있다. 2007년 플레이오프. 김현수는 "솔직히 긴장이 됐다. 공을 제대로 치지도 못했다. 감독님이 또 나를 부르시더라. (한국시리즈)올라가도 엔트리 탈락이구나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아니었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에게 또 한번 용기를 줬다. 그는 "감독님이 '야, 그냥 쳐'라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렇게 김현수는 김경문 전 감독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때 김 전 감독은 어린 김현수에게 별 다른 복잡한 주문을 하지 않았다. 타고난 타격잠재력을 믿었고, 그대로 밀어붙이면 성공한다는 확신이 섰을 것이다. 김현수가 지금 머리 속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1군 초창기 때의 단순한 배움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정말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김현수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타석에 들어서는 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현수 특유의 간결한 타법을 지키면서 결과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밀어친다고 해서 밀어칠 수 있는 게 아니다. 투수가 밀어칠 수 있게 공을 던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져도 타자 9명이 모두 홈런을 칠 수는 없다. 만약 안타나 홈런을 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타자가 실제로 안타나 홈런을 치면 그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라고 했다.
타석에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심플하게 대처한다. 예를 들어 "예전엔 초구나 2구를 많이 쳤다. 그러나 지금은 어지간하면 치지 않는다. 특히 찬스에선 더더욱"이라고 했다. 포수 양의지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김현수는 "어느날 그러더라. '내가 상대 포수라면 니가 초구를 치면 참 좋을 것 같다'고"라고 했다. 김현수는 여전히 상대 배터리에겐 두려운 존재다. 그런 존재가 초구에 타격을 끝내면 상대 배터리로선 부담감이 최소화된다는 것. 설령 초구에 안타를 쳐도 장타가 아니라면 투수 입장에선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다음 타자와 상대하면 된다는 게 양의지의 말이었다. 그날 이후 김현수는 찬스에선 1~2구에 쉽게 방망이를 내지는 않는다.
김현수도 까다로운 투수가 있다. 그는 "많다. 외국인투수들이 정말 좋다. 롯데 린드블럼, 레일리는 정말 좋은 투수들이다. NC 스튜어트도 까다롭다"라고 했다. 이어 "국내 투수들 중에서는 SK 박종훈이 가장 까다롭다. 그런 극단적 언더핸드는 국내에서 상대해본 적이 없다"라고 했다. 물론 그런 투수들을 상대할 때도 단순하게 임한다. 김현수는 "어떻게든 세게 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만, 강하게 때리되, 정확한 타이밍에서 치려고 한다. 타격은 타이밍 싸움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김현수는 2007년, 2012년을 제외하곤 모두 규정타석 3할 이상을 때렸다. 올 시즌에도 변함 없다. 타고투저시대에 접어들면서 애버리지 3할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김현수는 3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현역 타자들 중 통산 타율 3위(0.318)다. 여전히 그는 타격 정확성의 대명사다. 그런 김현수의 무념무상타법은 의미가 있다. 물론 그의 스타일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는 있다.
[김현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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