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쩌면 힌트는 강상재에게 있다.
고려대 이종현의 올 여름은 특별했다. NBA 신인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냈다. 구체적으로는 서머리그에 도전,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다. 실제로 서머리그서 뛰지는 못했지만, 이종현은 가드 역할도 해보면서 농구의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때 살도 많이 뺐다.
그런데 당시의 유의미한 경험이 곧바로 기량의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물론 그는 여전히 대학 최고의 센터다. 하지만, 냉정한 관점에선 부족한 부분이 많다. 몸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느낌이 부족하다. 긴 윙스팬으로 상대 돌파를 블록으로 저지하는 센스는 탁월하지만, 우직한 몸싸움으로 상대 빅맨의 공격을 저지하는 부분, 묵직한 포스트업을 통해 득점을 시도하거나 외곽으로 확실히 빼주는 부분 등이 부족하다. 정교한 외곽슛과 견고한 외곽 수비는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 결국 국내 최고의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만, 그만큼의 경기 지배력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이종현은 지난 3년간 국내대학이란 우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절치부심한 강상재
이종현이 대학에서 주춤하는 사이, 동기 강상재는 꾸준히 성장했다. 강상재는 홍대부고 시절부터 알아주는 득점기계였다. 고교 시절에는 체격도 호리호리했다. 골밑 공격도 했지만, 사실상 외곽 슈터에 가까운 플레이를 했다.
천하의 강상재도 고려대 입학 후 2학년까지 제대로 뛰지 못했다. 동 포지션에 이승현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백업으로 뛰었다. 인상적인 건 이때 방황하지 않고 절치부심, 발전을 모색했다는 점. 이민형 감독은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몸이 정말 좋아졌다"라고 칭찬했다. 90kg에서 105kg까지 몸을 불렸다. 자연스럽게 파워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부적인 골밑 움직임을 연마했다.
고려대는 더 이상 이승현이 그립지 않다. 강상재가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기 때문. 이번 프로아마최강전서 강상재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17일 동부와의 1회전. 23점 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진 동부 골밑을 압살했다. 전투적인 포스트업이 돋보였다. 중거리슛도 정확했다. 골밑 위주로 활동하되, 외곽에서 나와서도 확률 높은 공격을 이어갔다. 19일 상무와의 2회전서도 단 28분간 19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골밑에서 최부경, 최진수를 압도했다. 포스트업 이후 페이드어웨이 슛, 간혹 던진 3점슛도 정확했다. 더 놀라운 부분은 강상재가 계속 진화를 추구한다는 점. 그는 "지금 105kg인데 살을 약간 빼고 근력을 키울 생각이다"라고 했다. 체지방을 뺀 뒤 근육을 장착, 파워를 극대화하면서 기동성도 강화하겠다는 의도.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희망을 던졌다.
▲이종현의 마인드 변화와 방향성
이종현은 동부전서 부진했다. 기존의 약점을 답습했다. 그러나 상무전서는 절치부심했다. 풀타임을 뛰면서 20점 9리바운드 5블록으로 분전했다. 자신의 최대장점인 블록으로 상무의 돌파를 저지, 상대 공격루트를 제한시켰다. 그리고 적극적인 몸싸움이 돋보였다. 마음을 제대로 먹고 나선 듯했다. 강상재의 여전한 활약 속에 자신의 경기 지배력을 높였고, 고려대 골밑은 자연스럽게 강화됐다. 골밑을 압도한 고려대의 상무전 승리는 당연했다.
이종현이 이 정도의 전투력과 지배력을 뽐내면 고려대를 당해낼 팀은 없다는 게 확인됐다. 문제는 그 마인드 변화가 습관의 변화, 나아가 경기력의 근본적인 업그레이드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그런 점에서 이종현은 강상재의 절치부심과 성장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강상재 역시 이종현과 마찬가지로 최고의 기량을 지녔지만,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지난 2년간 이종현과 이승현의 그늘 속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어떻게 보면, 이종현의 미래는 강상재에게서 힌트를 찾을 수도 있다. 상무전처럼 꾸준히 골밑 지배력을 갖추려면 근력을 보강해서 파워를 키워야 한다. 지금의 들쭉날쭉한 골밑 존재감과 무게감으로는 외국인센터들이 주름잡는 KBL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점에서 체중을 증가시켰고, 벌크업을 완성해가는 강상재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상재의 정확한 외곽슛 역시 이종현이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갖춰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김종규(LG)는 경희대 시절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빼어난 속공가담 능력을 뽐냈다. 이종현이 고교 무대를 평정할 때 김종규는 이미 대학을 지배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부족했다. 대학 시절의 경쟁력만으로는 KBL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결국 김종규는 변화에 성공했다. 성실한 자세와 노력으로 중거리슛을 연마했고, 외곽수비력도 보강했다. 여전히 포스트업은 약간 부족하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다. 이종현도 마찬가지다. 미국 도전도 좋았고, 상무전서 보여준 전투력도 좋았다. 하지만, 만족하면 안 된다. 동기 강상재, 선배 김종규의 업그레이드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이종현에게도 피 나는 노력과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이종현(위), 강상재(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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