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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이야기꾼 김휘 감독이 드라마가 주가 된 공포 영화 ‘퇴마:무녀굴’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휘 감독은 ‘하모니’, ‘해운대’ 등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댄싱퀸’의 원안자 그리고 ‘이웃사람’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장본인이다.
신진오 작가의 인기 공포 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퇴마:무녀굴’은 정신과 의사이자 퇴마사가 한 여자를 치료하던 중 그 안에 있는 강력한 존재와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식 초자연 현상과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설화, 제주 4.3 사건 등이 절묘하게 혼합된 작품으로, 미스터리한 현상을 토대로 관객들의 두려움을 자아낸다.
“우리나라의 공포영화, 특히 퇴마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할리우드나 다른 나라와 다르다고 생각해요. 일례로 할리우드는 선악의 대결이죠. 악마와 그를 퇴치해야 하는 사제의 대결이에요. 악마는 융통성을 부릴 만한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죠. 우리나라는 구원을 해줘야 하는 대상이에요. 악마를 퇴치하는 방식이라기보다 원혼이 된 귀신의 이야기를 듣고 천도를 해주는 과정이죠. 그런 부분들이 여러 측면에서 뭉뚱그려져 이야기가 만들어져 있어 혼란스럽고 산만하기도 하지만 그게 오히려 우리나라 퇴마영화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까요.”
김휘 감독은 이 영화 속에 극과 극의 상징들을 심어 놨다. 기독교와 무속 같은 대립항들이 등장한다. 특히 미스터리한 사건의 주체가 되는 빙의된 금주(유선)의 과거, 주변인물 등에서 이를 더 잘 느낄 수 있다.
“상반되는 여러 가지가 영화 속에 표면화 돼 있어요. 그것에 대한 답을 제시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은 아니에요. 우리 현대사를 보면 그런 상반된 가치나 개념들이 충돌하고 있지만 충돌양상만 있을 뿐이지 공론화 시켜 결과나 해답, 합의를 도출하고자 하는 과정이 별로 없어요. 심지어 있다 하더라도 정치적 입장, 상황 등에 따라 번복되기도 하죠. 현상만 표면화 시켜 놓으면 그 답은 관객들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시선은 제주 4.3 사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원작 소설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지만 김휘 감독은 어떠한 색도 넣지 않은 채 바라볼 뿐이다. 물론 원작 속 이야기를 모두 영화화 시켰을 때 지출되는 막대한 제작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4.3 사건을 단순히 소재로만 차용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등장인물에게는 중요한 사건이죠. 사실만을 언급하기 위해 등장시켰어요. 4.3 사건 자체가 역사적으로 무게감을 가지고 있고, 보시는 분들이 어떤 형태로든 그 의도를 읽으려고 하실 테니 부담도 됐죠. 뺄 건지 아니면 그대로 틀을 가지고 갈 건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론은 현상만 정확하게 보여주자였죠. 판단해 대한 부분은 보신 분들이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그 동안 스릴러 영화지만 공포영화 보다 더 섬뜩한 공포를 선사했던 ‘이웃사람’,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 중 ‘사고’를 선보였던 김휘 감독은 현장에서의 경험 그리고 공포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적은 제작비에 반년 정도의 시간만 들여 급히 촬영부터 개봉까지 해야 하는 시스템인 것. 돈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만족할 만큼 퀄리티를 높일 수가 없고, 이는 결국 공포영화의 기대치를 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공포영화의 경우 제작비가 20억(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약 40억원) 내외인데 이 정도도 리스크라고 생각하죠. 투자사 입장에서는 20억 이상이 소요되는 공포영화 자체가 모험일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현재 영화계에 공포영화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꽤 있어요. 콘텐츠의 문제일 수도 있고요. 잘 만들어서 많은 관객분들의 호응을 얻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그런 사례들이 많지 않아 이렇게 된 것 같아 아쉬워요.”
[김휘 감독.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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