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경쟁력을) 끝까지 이어갈 것 같은데..."
올 시즌 프로농구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선수 제도다. 193cm를 기준으로 장, 단신자를 1명씩 뽑는 규정이 부활했다. 그에 따라 10개구단 모두 180~190cm대 단신 외국선수를 1명씩 뽑았다. 이번 프로아마최강전서 그들이 베일을 벗었다. 몇몇 테크니션들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 농구인기 부활의 단초를 제공했다.
KCC 안드레 에미트과 오리온스 조 잭슨이 대표적이다. 단 한 경기였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에밋의 개인기술과 득점력, 180cm 최단신 가드 잭슨의 엄청난 덩크슛은 KCC와 오리온스 전력에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들의 위력이 정규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분석은 이뤄진다
에미트는 16일 KGC인삼공사전서 29분35초간 35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요리했다. 엄청난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단신이지만, 리바운드 능력도 좋았다. 잭슨 역시 그날 삼성전서 20분 22초간 18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잭슨은 화려한 스텝과 엄청난 스피드, 저돌적인 돌파력을 과시했다. 두 팀은 20일 3회전서 맞대결했다. 에미트는 무릎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잭슨은 19분41초간 16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역시 수준급 기록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드워릭 스펜서(SK), 맷 볼딘(LG), 마커스 블레이클리(KT), 커스벅트 빅터(모비스), 알파 뱅그라(전자랜드)등 단신 뉴 페이스들이 데뷔전을 치렀다. 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장점과 경쟁력이 분명했다.
다만, 이들의 최강전 활약만으로 정규시즌 전망을 쉽게 내릴 수는 없다. 10개 프로 팀들은 이번 최강전서 서로 전력을 잘 모르는 상태서 출전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강전을 통해 자신들의 전력을 점검하고, 추스르는 데 집중했다. 당연히 상대 단신자들에 대한 세밀한 봉쇄법은 시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100% 전력으로 맞붙는 정규시즌 2~3라운드부터는 철저한 상대 분석이 이뤄지고,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 또한, 모든 팀이 외국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대부분 뉴 페이스 외국선수의 기본적인 장, 단점을 파악한 상태이기도 하다. 장신과 단신 외국선수들이 뒤섞이는 4라운드부터는 단신자들의 단점이 부각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결국 외국인선수들, 특히 뉴 페이스 단신자들의 진정한 경쟁력은 시즌 중반 이후 드러난다고 보면 된다.
▲살아남을 것이다
선수 개개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그를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만수' 모비스 유재학 감독에게 물어봤다. 유 감독은 "기술을 갖춘 단신자들은 시즌 막판까지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개개인의 테크닉이 국내 선수들을 요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상대의 집중수비도 어느 정도는 버텨낼 수 있다는 뜻. 거기에 해당 팀의 조직적인 맞대응이 갖춰진다면 단신자들의 생존율은 의외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유 감독 견해. 지난 몇년간 대표팀 지휘로 외국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하지 못했던 유 감독은 지난달 드래프트를 모처럼 현장에서 지켜봤고, 지휘했다. 그런 유 감독은 "에미트는 그 어떤 팀도 쉽게 막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심지어 "데이본 제퍼슨보다 한 수 위의 테크닉"이라고 평가했다.
또 하나. 유 감독은 "단신자들이라고 해도 패스를 잘 내주는 선수들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했다. 에미트의 경우 이타적인 마인드가 돋보였다. 잭슨은 포인트가드다. 단신 외국선수들이 자신의 공격력을 과신하다 공을 끌면서 팀 밸런스를 깨트리는 것만 막으면 충분히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게 유 감독 생각이다.
▲김영기 총재의 말이 옳았다?
KBL의 단신 외국선수 재영입은 김영기 총재의 강력한 드라이브 속에서 결정됐다. 김 총재는 프로농구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선 단신 외국선수의 화려한 테크닉이 다시 한번 볼거리가 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당시 김 총재의 주장과 KBL의 결정에 현장과 팬들은 반발했다. 단신자 부활로 조니 맥도웰형 언더사이즈 빅맨의 대거 유입, 외국인선수 의존도 향상으로 인한 흥미 하락,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국제경쟁력 하락 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출발은 김 총재의 의도대로 되는 모습. 단신 외국선수들이 국내선수들의 부족한 테크닉을 채워주면서 각 팀에 성공적으로 녹아들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농구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선수들의 높이가 좋지 않은 대부분 팀이 단신 외국선수로 맥도웰형 언더사이즈형 빅맨을 영입하려고 했다. 어쨌든 높이가 강해야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드래프트에 지원한 맥도웰형 단신선수가 많지 않았고, 의외로 테크니션들이 몰렸다. 실제 드래프트 당시 주목을 받았던 뉴 페이스들은 장신자들이 아닌 단신 테크니션들이었다.
김 총재의 호언장담이 옳았는지에 대해선 결국 9월 12일 정규시즌 뚜껑을 열어봐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선 정확히 평가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다만, 유 감독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전망과 현 시점에서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단신 외인 테크니션 영입이 의외로 각 팀 전력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고, 적지 않은 흥미를 불러일으킬 조짐이다.
[에미트(위), 잭슨(가운데), 김영기 총재(아래). 사진 = KBL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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