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형 만한 아우는 없었다.
2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고려대의 프로아마최강전 결승전. 승패를 떠나서 가장 흥미로운 매치업은 고려대 선후배 이승현과 이종현이었다. 고려대는 이승현 수비를 강상재에게 맡겼지만, 예상대로 오리온스는 이종현 수비를 이승현에게 맡겼다. 때문에 고려대가 공격할 때 두 선후배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2년 터울의 이승현과 이종현은 고려대 전성시대를 열어젖힌 영혼의 콤비다. 고려대 이민형 감독도 "승현이가 힘들 때 고려대에 입학해서 고생을 참 많이 했다"라고 추억했다. 대학 시절에도 농구 아이큐가 남달랐던 이승현은 이종현 입학 후 4번 파워포워드 역할을 수행했다. 공격 범위를 퍼리미터까지 넓혔고, 이종현의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 이종현이 대학 입학 후 괴물센터로 곧바로 자리매김했지만, 알고 보면 이승현의 공헌이 높았다. 물론 이승현 역시 이종현 덕분에 3~4학년 때 비교적 편하게 농구했다. 그렇게 이승현과 이종현은 공생관계로 2년간 함께했고, 이승현이 2014-2015시즌 고려대를 졸업하고 오리온스에 입단하면서 헤어졌다.
두 사람이 적으로 만난 건 사상 처음이다. 이종현은 21일 모비스와의 준결승전 승리 직후 "승현이 형과 맞붙으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런 이승현과 이종현의 맞대결에 따라 경기 흐름과 승패가 달라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었다. 프로 밥을 한 시즌 먹은 이승현은 3번까지 소화하면서 농구의 스팩트럼이 넓어졌다. 아우 이종현은 형 이승현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초반 이승현은 이종현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이승현은 수비 센스와 파워를 겸비했다. 반면 이종현은 약한 파워가 최대 약점이다. 이승현이 몸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종현에게 볼이 투입되면 오리온스는 기습적으로 더블팀을 시도, 이종현의 활동폭을 좁혔다. 이종현은 힘이 빠졌고,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고려대 이민형 감독은 2쿼터 중반 이종현을 뺐다. 체력을 안배시키고 후반을 대비하겠다는 의도.
이종현은 3쿼터 시작과 함께 다시 등장했다. 이종현은 공격은 물론, 수비할 때 오리온스 장재석이 빠지자 이승현을 맡았다. 이종현이 중거리슛을 시도하자 이승현은 멀찌감치 떨어졌다. 이종현의 슛 확률이 떨어지는 걸 간파한 것. 대신 이종현은 이승현과 과감한 몸싸움을 통해 자유투를 얻어냈다. 하지만, 3쿼터 초반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다. 이승현이 힘에서 이종현을 압도했다. 고려대는 강상재의 중거리포로 활로를 뚫었으나 이종현의 포스트업이 여의치 않으면서 외곽 공격도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이미 점수 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 이종현은 이승현을 상대로 힘과 테크닉에서 한계를 노출하며 완패했다. 25점 7리바운드의 이승현은 득점뿐 아니라 리바운드, 수비에서 여전히 높은 공헌으로 4점 7리바운드의 이종현을 압도했다. 그리고 오리온스의 최강전 우승에 힘을 보태며 대회 MVP에 선정됐다. 결국 형만한 아우는 없었다. 형 이승현이 아우 이종현을 압도했다. 자연스럽게 오리온스와 고려대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승현과 이종현. 사진 = 잠실학생체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