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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이하 '무도 가요제')를 통해 보여진 가수 아이유와 방송인 박명수의 음악적 갈등은 여느 팀보다 치열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아이유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잔잔한 음악을 제안했고, 박명수는 전자 사운드가 강렬한 EDM(Electrinic Dance Music)곡을 원했다. 기타 반주만으로도 그 음색이 두드러지고 감성이 흘러나오는 아이유의 강점은 가요제에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축제라는 특성상 관객들을 압도하는 흥을 이끌어낼 수 있는 EDM을 해야 한다는 박명수의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었다.
두 사람의 음악적 주장은 이렇게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가 싶었지만, 어느새 '극적 타협'을 이뤄냈다. 아이유와 박명수의 신곡 '레옹'은 아이유의 음색이 잘 드러날 수 있으면서도 리듬감이 있는 레트로풍 댄스곡이었다. 레트로는 앞서 지난 2013년 10월 발매한 정규 3집 '모던 타임즈'(Modern Times)에서 선보인 '분홍신'에서 아이유가 선보인 바 있는 장르지만 주전공은 아니였다. 여기에 박명수는 '레옹과 마틸다'라는 영화 속 클리셰를 내놨고, 아이유는 이에 영감을 받아 감각적으로 작사, 작곡해 '레옹'을 내놨다.
레트로풍 댄스곡을 선택한 건 영리했다. 아이유가 굳이 '무도 가요제'에까지 나와서 기본적 바탕이자 흥행이 보증된 아이유표 어쿠스틱 곡을 선보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의 특성에도, 대중들의 기대에도 맞지 않았을 거다. '레옹'에는 아이유의 음악적 진보와 박명수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오롯이 들어가 있어 더 가치 있는 창작물이 됐다. 한편으론, 영화 '레옹'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재해석했다는 느낌도 있다. 세상과 단절돼 외로움으로 가득 찬 킬러 레옹과 역시 아픔을 가졌지만 레옹을 새로운 세상으로 인도하는 마틸다의 내용을 유쾌하면서도 심도 있게 풀어 냈다. 중간 박명수 가창 부분에 살짝 삽입된 영화 '레옹' OST 스팅의 '셰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의 한 소절이 무척 세련됐다.
이를 증명하듯 '레옹'은 광희-태양-지드래곤 '맙소사', 하하-자이언티 '스폰서', 정준하-윤상 '마이 라이프'(My Life), 유재석-박진영 '아임 쏘 섹시'(I'm so sexy), 정형돈-혁오 '멋진헛간' 등 내로라 하는 아티스트들 중 음원차트에서 단연 독보적인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레옹'이 '맙소사'나 '아임 쏘 섹시' 등보다 음원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이 곡이 퍼포먼스 없이 음악만으로도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완성도 있다는 뜻이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레옹'이 EDM 장르였다면 음원차트에서 이 정도의 반응은 얻어내지 못 했을 것 같다. EDM을 향한 박명수의 집착은 이미 '무도 가요제' 후반부 관객들과 한바탕 풀어 냈으니 그걸로 됐다.
아이유의 전공을 벗어난 '레옹'은 박명수의 아이디어와 완벽하게 녹아 들어, 반보 앞서 갔으면서도 완성도 높은 곡으로 탄생했다. '무한도전' 녹화장에서 'EDM 공장장' 박명수의 요청에 '까까까까까'를 외치던 아이유의 소신과 감각이 명작을 탄생시켰다.
[가수 아이유-방송인 박명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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