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어시스트왕도 가능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지난 봄 동부와의 2014-2015시즌 챔피언결정전 당시 "다음 시즌에는 함지훈을 가드로 쓰려고 한다"라고 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 함지훈의 탁월한 패스센스를 팀 전술에 극대화시키려는 유 감독의 의도였다.
함지훈은 "지난해와 올 시즌 완전히 다른 농구를 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유 감독은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삼성으로 떠나면서 아예 양동근에게 의존하는 팀 컬러까지 바꿔놓으려고 한다. 모비스의 미래를 위한 결정. 유 감독은 모비스를 로스터 12명 전원이 능동적인 농구를 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이 과정에서 함지훈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함지훈의 AS센스
함지훈의 패스센스는 정평이 났다. 골밑에서 외곽으로 빼주는 피딩은 물론, 포스트업으로 수비수들을 모은 뒤 빈 공간으로 컷인하는 동료의 움직임을 간파, 재빨리 공을 찔러주는 센스가 대단하다.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함지훈의 본능적인 감각.
함지훈은 2일 랴오닝과의 아시아 프로농구 챔피언십 개막전서도 28분37초간 득점은 6점에 그쳤지만, 어시스트를 8개 기록했다. 유재학 감독은 "더 뛰게 놔뒀으면 10개 넘게 했을 것이다. 물론 상대 수비가 허술하긴 했다. 그래도 시즌 중에도 5개 정도를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실제 함지훈은 커리어 평균 3.6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최근 두 시즌에는 3.76개(8위), 3.54개(10위).
▲환경의 변화
함지훈은 라틀리프, 문태영과 보냈던 지난 세 시즌을 돌아보며 "편하게 농구했다"라고 털어놨다. 1대1 공격력이 좋은 두 공격수는 함지훈의 수비를 헐겁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함지훈이 간혹 찔러주는 패스도 득점으로 곧잘 연결했다.
올 시즌 모비스에는 두 사람 대신 리오 라이온스와 커스버트 빅터가 가세했다. 10~11순위로 뽑은 선수지만, 알짜배기 지명이라는 평가. 타 구단 관계자는 "라이온스는 여전히 다른 외국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농구를 하는 선수"라고 호평했다. 실제 라이온스는 득점 감각뿐 아니라 농구 센스 자체가 좋다. 유 감독과 함지훈도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 실제 프로아마최강전과 2일 랴오닝전서 함지훈과 라이온스의 연계 플레이가 몇 차례 나왔다. 서로 동선이 겹치지 않는 선에서 찬스를 만들며 확률 높은 농구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함지훈의 패스센스는 단연 빛났다.
빅터는 키는 192cm에 불과하지만, 골밑에서 버티는 힘이 좋다. 유 감독도 골밑 수비력을 높게 평가한 상황. 또한, 유 감독은 "동료의 패스를 잘 받아먹고 농구의 길(공수 움직임)을 안다"라고 했다. 골밑에서 빅터가 버텨내면 함지훈의 수비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공격에서도 빅터가 함지훈의 효율적인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하면 모비스 공격력도 배가된다. 랴오닝전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라이온스와 빅터의 모비스 농구 적응 및 활약은 함지훈의 패스 센스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유 감독도 "두 사람이 지훈이와 결국 연결된다"라고 했다.
▲변수는
모비스는 1라운드가 위기이자 기회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차출되는 양동근 없이 버텨내야 한다. 시즌 초반 순위싸움서 뒤처질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체질개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유 감독은 랴오닝전 중반 박구영이 부상을 당하자 포워드만 5명을 기용하기도 했다. 그는 "동근이가 없어도 지금처럼 준범이와 창용이가 제 몫을 해주면 된다"라고 했다.
전준범, 송창용을 비롯한 국내 2~3번 자원들이 상황에 따라 1번 역할도 해야 한다는 뜻. 유 감독은 "양동근이 돌아와도 코트에 있는 모든 선수의 볼 소유시간을 비슷하게 가져가려고 한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와야 한다"라고 했다. 심지어 "외국선수 2명도 모두 볼 컨트롤 능력이 좋다"라고 했다.
코트에 있는 5명이 번갈아 볼을 운반한다. 물론 실점 후 상대 코트까지 공을 갖고 넘어가는 역할이 핵심.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많은 연습이 이뤄졌다. 물론 여전히 다듬을 부분도 있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유 감독은 "체력소모가 걱정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볼 운반 분담이 원활하게 이뤄지면 지공을 할 때 유 감독 특유의 촘촘한 용병술대로 움직이되, 함지훈의 어시스트 센스가 적절히 녹아들 경우 양동근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함지훈도 "포지션 구분 없는 움직임을 많이 연습했다. 실전서 조금씩 활용하고 있다"라고 했다. 함지훈의 어시스트 센스와 패스 능력이 새로운 모비스 농구의 뼈대다.
[함지훈과 모비스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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