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안했다.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우측 서혜부 통증을 딛고 9일 목동 넥센전서 22일만에 1군 복귀전을 치렀다. 좋지 않았다. 1이닝 3피안타 2볼넷 5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결국 복귀전서 패전을 떠안았다. 니퍼트를 필승계투조에 편입, 불펜의 2% 부족함을 메우려던 김태형 감독의 계획은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니퍼트를 불펜으로 돌린 건 김 감독과 니퍼트 본인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 8월 18일 잠실 삼성전 4이닝 1실점 후 갑작스럽게 강판한 니퍼트. 이후 다시 몸 상태를 회복하고 선발로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구원투수는 긴 이닝을 던질 필요가 없다. 결국 김 감독과 니퍼트는 복귀 시점을 단축할 수 있고, 팀에도 도움이 되는 차원에서 불펜 보직 변경에 공감했다. 우완 불펜이 부족하고, 여전히 승부처에서 확실한 셋업맨이 없는 현실도 감안했다.
▲제구가 좋지 않았다
몸에 불편함은 보이지 않았다. 구위도 최상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결정적으로 제구가 좋지 않았다. 등 근육, 골반, 어깨 등에 차례로 부상하며 니퍼트 특유의 타점 높은 직구 위력이 다소 떨어졌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었다. 여기에 전체적으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제구력의 정밀함도 떨어졌다.
볼을 던지더라도 크게 벗어난 공이 많았다. 5회와 6회 모두 만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넥센 타선은 흔들리는 니퍼트에게 쉽게 덤벼들지 않았다. 두 차례 볼넷을 골랐고, 직구를 노려 안타로 연결하기도 했다. 5회 1사 만루서 유격수 병살타를 이끌어내긴 했다. 6회에도 수비 실책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박빙 승부서 나오는 필승계투조는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니퍼트는 결국 6회 무너졌다.
니퍼트의 제구는 다음 등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 본래 경기운영능력이 좋고 KBO리그 경험도 풍부하다. 9일 경기는 22일만의 복귀전이었다. 아무래도 실전 감각이 떨어진 경향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경기서 니퍼트의 제구력은 보완될 여지가 있고, 전체적인 경기력 역시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투 가능할까
9일 패전이 두산으로선 충격적이긴 해도, 니퍼트 불펜 승부수를 밀고 나갈 수밖에 없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당분간 김 감독은 니퍼트를 오현택, 함덕주와 함께 필승계투조로 활용한다. 결국 정규시즌 내에 선발로 돌아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선발투수는 투구수를 늘리기 위해 일정 수준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불펜으로 뛰다 선발로테이션에 갑작스럽게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현 시점에서 또 하나의 관건은 연투. 과연 니퍼트가 연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 필승계투조로 뛰려면 연투는 필수다. 물론 두산 선발진이 좋긴 하지만, 필승계투조는 매 경기 몸을 풀고 불펜에 대기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 3경기 연투도 각오해야 한다. 두산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니퍼트도 이런 사정을 충분히 알고 불펜행에 동의했을 것이다. 다만, 몸 상태가 연투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완벽히 정비된 것인지에 대한 체크는 필요하다.
두산은 최근 4연패로 4위까지 떨어졌다. 시즌 내내 2~3위를 지켰으나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투타 밸런스가 흐트러졌고, 니퍼트 불펜 승부수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두산은 시즌 초반 이런 극적인 승부에서 무너진 뒤 회복력이 좋았다. 불펜이 극심하게 불안했음에도 타선과 선발진의 힘으로 2~3위권을 유지해온 이유.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니퍼트가 자연스럽게 필승계투조에서 힘을 보태고, 연투로 강인함을 뽐낼 수 있다면 최상의 시나리오.
두산은 아직 21경기가 남았다. 1위 삼성, 2위 NC 추격은 힘들어졌지만, 3위는 절대 놓칠 수 없다. 불펜으로 돌아선 니퍼트의 분발이 필요하다.
[니퍼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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