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전 강산 기자] 파격적이다. 구원 등판 다음날 선발 등판에 나선다. 최근 추세로 보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일. 주인공은 한화 이글스 '루키' 김민우다.
한화는 10일 대전 SK 와이번스전을 마치고 11일 선발투수로 김민우를 예고했다. 구원 등판 후 휴식 없이 다음날 선발투수다. 특히 김성근 한화 감독이 10일 경기를 앞두고 "안영명이 내일(11일) 선발로 나간다"고 공언했기에 더욱 파격적인 결정이다.
김민우의 최근 등판 기록부터 살펴보자. 김민우는 전날 구원 등판 이전까지 5경기에서 총 20이닝을 소화했고, 이 기간 투구수는 총 307개에 달했다. 경기당 평균 61.4구씩 던진 셈이다. 물론 연투는 없었지만 휴식일이 그리 길지도 않았다. 지난달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85구(5이닝)를 던지고 이틀 휴식 후 지난달 29일 두산전에서 45구를 던졌다.
사흘 쉬고 지난 2일 청주 KIA 타이거즈전에 구원 등판, 4⅔이닝 동안 61구를 던지며 2피안타 1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루 쉬고 4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전에도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21구를 던졌다. 그리고 이틀 뒤인 6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 출격, 6⅓이닝 동안 92구를 던지며 무실점 쾌투로 감격의 데뷔승을 따냈다. 휴식 간격이 짧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마운드 운용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다. 남은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줄 알았던 김민우가 사흘 쉬고 전날 SK전에 구원 등판한 것. 그는 0-1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몸에 맞는 볼 하나를 내주고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낸 뒤 교체됐다. 이어 등판한 박정진이 승계주자를 들여보내 실점을 떠안았다. 투구수는 단 4개에 불과했지만 불펜에서 몸을 풀며 던진 공을 생각하면 삼척동자라도 다음날 선발 등판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김 감독이 "우리는 다음날 선발투수도 상황에 따라 구원 등판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해도 말이다.
억측만 난무한다. 불펜투구를 대신해 실전 등판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긴 어렵다. 통상적으로 선발투수는 등판 2~3일 전에 불펜피칭을 한다. 일부 투수들은 선발 등판 전날 미리 원정지로 이동하기도 한다. 분업화가 이뤄진 최근에는 선발 등판 바로 전날 실전에 나서는 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또 하나는 김민우를 단순히 '첫 번째 투수'로 내보내 분위기를 잡는다는 전략이다.
김민우가 초반에 잘 버텨주면 계투진을 줄줄이 내보내는 '벌떼 작전'을 편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한화 계투진 사정이 좋지 않다. 권혁이 9월 4경기에서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15.43으로 부진하고, 박정진도 최근 2경기 5실점(3자책점)으로 위력을 잃었다. 어깨 충돌 증후군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윤규진의 복귀 소식은 없다. 필승공식이 무너진 상황. 최근 2차례 구원 등판에서 3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송은범이 길게 막아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야구는 결과론이다. 만약 김민우가 6일 두산전과 마찬가지로 팀에 승리를 안겨준다면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반면 초반부터 무너진다면 실패다. 선발 로테이션까지 꼬인다. 지난 5일 구원 등판했던 안영명의 기용법까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게다가 8위 SK(57승 2무 65패)와의 승차는 0.5경기. 11일 패한다면 8위까지 추락한다. 한화의 위험한 도박,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화 이글스 김민우.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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