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강산 기자]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송창식의 진짜 가치는 단순히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스윙맨(전천후 투수)으로 언제든 마운드에 오를 준비가 돼 있다. 그는 또 한 번 눈부신 역투로 승리를 지켜냈다. 살얼음판 5강 경쟁 속에서 따낸 값진 1승이다.
송창식이 올 시즌 105이닝, 투구수 1900개를 넘겼다. 이미 지난 11일 대전 SK전에서 데뷔 첫해인 2004년 이후 처음으로 100이닝을 돌파한 그가 투구수 1900개(1946구)를 넘어섰다. 1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전에 2번째 투수로 나서 5⅓이닝 동안 1피안타(홈런) 1볼넷 4탈삼진 1실점 쾌투로 8승(7패)째를 따냈다. 피홈런과 낫아웃 출루, 볼넷 하나만 빼면 그야말로 완벽투였다.
송창식이 올 시즌 한화에서 가장 고생한 투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선발로 10경기, 계투로 48경기에 나섰다. 사실상 '애니콜'이나 다름없었다.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땜질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고, 접전이 벌어지면 불펜에서 대기했다. 2년 전 "인간승리는 식상하다. 내 직업은 야구선수다. 마운드에 오르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했던 그는 올해 그야말로 원 없이 던지고 있다. 일각에서 '혹사 논란'을 제기할 정도로.
최근에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일 대전 두산전에서 무려 117구(7이닝)를 던지며 7승째를 챙긴 송창식은 단 3일 쉬고 9일 잠실 LG전에 선발 등판했다. 당시 김성근 한화 감독은 "송창식을 선발로 예고한 건 내 실수"라고 인정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송창식이 1이닝 3실점 패전투수가 되면서 거센 비난이 일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송창식을 믿었다. "주말에 계투로 나서는 건 문제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 13일 부산 롯데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잘 잡고 홀드를 챙겼다.
그리고 이틀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팀이 5-2로 앞선 4회말 2사 1, 2루 상황. 타석에는 대타 나지완이 등장했다. 그는 7구 승부 끝에 109km 커브로 나지완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포효했다. 5회말에는 공 11개로 신종길-오준혁-김주찬을 삼자범퇴 처리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2km였지만 포크볼과 커브를 적절히 섞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6회말 선두타자 브렛 필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낸 송창식은 이범호를 상대로 아쉬운 첫 출루를 허용했다.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으나 낫아웃이 되는 바람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날렸다. 그러나 김원섭을 1루수 땅볼, 김민우를 2루수 뜬공으로 편안하게 잡고 이닝을 마쳤다. 6회까지 투구수 35개. 김민우를 상대로 던진 3구째가 올 시즌 1900번째 공이었다.
무척 편안하게 던졌다. 7회말 김다원과 고영우, 신종길을 공 10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문제는 8회말 1사 후 김주찬에게 중월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것. 이날 전까지 23개에 달했던 피홈런이 발목을 잡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필을 포수 파울플라이, 이범호를 유격수 뜬공으로 가볍게 낚아채고 이닝을 마쳤다. 더 이상 실점은 없었다. 4⅔이닝 동안 60구를 던지며 KIA 타선을 틀어막은 것.
한화는 송창식에게 마무리까지 맡겼다. 그는 9회말 2사 후 최용규를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후속타자 이성우를 범타로 막고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화 이글스 송창식.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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