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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개성 강한 캐릭터, 이를 맛깔스럽게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은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의 인기몰이 비결이다.
배우 강기영과 오의식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수셰프 허민수와 최지웅 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고, 극중 강선우(조정석)가 운영하는 썬 레스토랑 주방에서 유쾌한 연기와 애드리브를 구사하며 주목 받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주방F4(강기영 오의식 곽시양 최민철)로 뭉친 네 명의 캐릭터는 각자의 색을 집어넣으면서도 주연 배우들과 수월하게 손발을 맞췄다. 덕분에 촬영 현장에는 주연과 조연이라는 구분 대신 진한 동료애가 형성됐다.
"서브를 많이 해줬다. 이거 무리수다 싶은 것도 다 받아주더라. 공을 던져도 받아내고, 스매싱을 해도 받아주고, 심지어 탁구채를 던져도 받아내는 거다. 덕분에 수셰프의 캐릭터가 많이 산 것 같다"(강기영)
오의식은 "기영이가 받는 사람을 재밌게 한다"며 치켜세웠다. 그는 "대사를 가볍게 치기도 하고 스매싱을 때리기도 하고 가끔은 탁구채를 던지는 오버스러움을 보이기도 했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 친구라 애정이 갔다"며 칭찬했다.
개성 넘치는 F4의 어울림도 중요했지만 두드러지는 캐릭터도 필요했다. 그 중심은 강기영이 연기한 허민수가 잡았다. 그는 약도 잘 오르고, 후배들에게 공공의 적이자 씹힘의 대상이다. 강기영은 허민수로 하여금 단순함과 가벼움이 조화된 인간미를 발산하며 가장 많은 팬을 모았다.
이를 두고 오의식은 자기의 능력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에 좋은 일이 생긴 거라고 했다. "주방 내에서 수셰프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작가님이 써 놓은 포지션이 있는데, 서로 각자 자기가 돋보이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기영이는 주방식구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잘 해내서 좋은 반응을 부른 거다"
두 배우는 적어도 '오 나의 귀신님' 현장에서는 제 역할만 다 해서는 안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오의식은 "개인적으로 준비했던 게 빛을 본 적이 없다. 모두 모여 대화를 하면서 맞춰볼 때 소중한 게 많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좋았던 호흡은 애로사항을 낳았다. 강기영은 조정석의 눈만 봐도 웃음이 났다고 했다. "눈을 마주치고 연기를 하다 보면 정석이 형이 강선우로만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웃음이 나는 거다. 그러면 감독님은 자연스럽다고 좋아하셨다. 처음엔 놀랐다. 그런 게 다 나가니까"
척척 맞아 떨어지는 호흡 덕에 현장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길게 늘어지는 것은 없었다. 속도를 낼 수 있었던 건 감독의 역할이 컸다. 강기영은 이를 두고 "공연 같았다"고 표현했다.
유제원 감독은 롱테이크로 촬영해 필요한 부분만 따냈다. 배우들은 집중력 더 생겼고 모든 배역이 물 흐르듯 연기를 펼쳤다. 이렇게 빨리 끝나는 현장은 처음이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고.
강기영은 "연기를 하다 실수로 욕이 나온 거다. 감독님께 욕을 했다고 말하니 그러면 어떠냐고 하시더라. 그게 방송으로 나갔다"며 웃음을 보였다.
▲ 강기영 "대한민국 학 연기는 내가 최고"
강기영과 오제원 감독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tvN 드라마 '고교처세왕'의 인연이 '오 나의 귀신님'까지 이어졌다. 종종 연락도 하고 지내며 어느새 집에서도 만나는 사이가 됐다.
그는 좋은 감독을 만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빨리 접했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느냐고 묻자 "여태까지 장난스러운 캐릭터가 많았다. 스마트하고 준수한, 츤데레 성격을 가진 그런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연기로는 허락되는 오글거리는 대사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그림도 미리 그렸다. 강기영은 "10년 뒤에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버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연과 TV 드라마도 병행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강기영은 수식어 관련 질문이 나오자 뭐가 됐든 독보적인 이미지 하나만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학 연기를 선뵌 적이 있는데 방송 이후 인터넷 댓글에 내가 '대한민국 학 연기 최고'라고 달렸더라. 내 연기에 대한 평가 중 기억에 크게 남는 말 이었다"
▲ 오의식 "신스틸러? 남의 것 안 훔칠래"
오의식과 '오 나의 귀신님’의 인연은 막연한 호감에서 시작됐다. 유제원 감독이 직접 공연장에 찾아 그의 연기를 살피고는 며칠 후 작가와 함께 와 한 번 더 공연을 봤다. 다음 기회를 기약한다는 감독의 말에 오의식은 헤어지는 인사쯤으로 받아들였다.
"기대를 안 했는데 기회가 왔다. 어떤 부분을 맡기면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나 보다. 주방에 오합지졸들이 모여 있지 않나. 그들 중에 한 역을 내게 맡기면 그 구색을 확실히 갖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다"
첫 드라마 연기는 낯설고 어색했지만 끝내주는 팀워크가 그를 살렸다. 감독의 리드도 한몫을 했다. 드라마는 자신의 연기를 확인할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연극과는 또 다른 차원의 매력을 안길 테다.
"기록에 남는 연기를 처음 해 본다. 연극은 그날 하루 다 쏟아 버리고 잊어버릴 수가 있지만, 드라마는 두고두고 평가가 되니 그런 점들이 나를 좀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내가 잘 하면 얼마나 더 잘하고, 못하면 얼마나 더 못할까 싶더라. 내 깜냥만큼 실력이 드러나는 거니까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했다"
오의식은 10년 후에도 강기영과 함께 까불고 유치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위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을 보탰다. 이름 앞에 놓일 수식어를 떠올리면서는 "신스틸러만은 아녔으면 좋겠다"며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남의 것을 훔치고 싶지 않다. 수식어가 없는 것도 배우로서 좋을 것 같다"
[강기영(위), 오의식. 사진 = 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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