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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이해불가의 결정판이다. 폭행 사건 가해 선수(이하 A)에 대한 징계가 '경고'로 끝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하 빙상연맹)은 30일 밤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위원회에서 폭행사건 가해 선수 A에 대한 징계를 '경고'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연맹에 따르면 선수위원회 측은 "폭력은 절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피해 선수(이하 B)가 원인 제공을 한 측면이 있고, 선수위원회 규정상 내릴 수 있는 징계가 경고 또는 자격정지뿐이다. 현행 대표선수 선발 규정을 감안하면 자격정지는 A의 미래에 대해 너무 가혹한 결정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체육회 및 연맹 대표선발 규정 제5조(결격사항)에 따르면 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폭력 행위를 한 선수 또는 지도자 중 3년 미만의 자격정지를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즉 A는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한다. 3년간 국가대표 자격이 사라진다는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로 끝낸 것. 선수위원회 측에서는 '피해 선수의 원인 제공'과 '미래에 대한 가혹한 결정'을 이유로 솜방망이 징계를 한 셈이다.
알단 사건은 약 보름 전인 지난달 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릉선수촌 스케이트장에서 진행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훈련 도중 앞서 달리던 A선수가 자신을 추월한 후배 B선수를 두들겨 팼다. B에게 걸려 넘어지면서 부상 부위를 다쳤다는 게 이유. 선배에게 얻어맞은 B는 턱과 잇몸 등에 전치 2주 부상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나흘간은 훈련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연맹 측은 사건 발생 일주일 뒤인 지난달 23일 "본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17일) 관련 선수 및 국가대표 감독의 경위서를 받아 확인했다"며 "21일 경기위원회에서 논의한 뒤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진행하는 등 정확한 진상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폭행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다"며 "경기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일 내에 선수위원회를 개최해 절차와 규명에 맞게 처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폭행은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스스로 밝혀 놓고,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 물론 부상 방지가 최우선인 운동선수이기에, A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제 갓 대표팀에 입문한 어린 선수에게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폭행을 가한 점은 쉽게 용서받기 어렵다. 비슷한 사례로 지난 1999년 메이저리그에서도 베테랑 쇼원 던스턴(당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빅리그에 갓 데뷔한 제이미 아놀드(당시 LA 다저스)에게 사구를 맞고 폭력을 행사해 공분을 샀다. 당시 던스턴은 3경기 출전 정지에 벌금까지 물었다.
징계 수위가 자격정지와 경고 둘뿐이니 선택지가 적은 게 사실. 하지만 '폭력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에는 한참 벗어났다. 폭행 사건 가해 선수의 징계가 '경고'라는 선례를 남긴 건 여러 모로 좋을 게 없다. 또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씁쓸한 현실이고, 솜방망이 처벌의 좋은 예다.
[2014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남자대표팀(사진은 본 사건과 관계 없음).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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