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좋은 컨텐츠가 부족하다."
농구판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그리고 실망스럽다. 불법 스포츠도박 조사가 장기전에 돌입했다. 주요 농구인들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 준비가 부실했던 남자대표팀은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서 예상대로 참담한 성적표를 안았다. 농구협회 수뇌부들의 무능함과 권위주의도 여지 없이 드러났다. 회생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예년보다 1개월 빨리 개막한 프로농구는 악전고투 중이다. 확실히 예년보다 언론과 팬들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농구관계자들 입장에선 언론과 팬들에게 무작정 현장을 찾아달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불법도박 연루, 대표팀 차출 등으로 프로농구를 구성하는 핵심 컨텐츠(선수들)가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김진 감독의 일침
LG 김진 감독은 프로농구 최고참 감독이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사령탑 경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 감독은 2일 오리온과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프로농구의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좋은 컨텐츠가 부족하다"라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불법도박에 의한 전력 손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프로농구 시즌과 아시아선수권이 겹쳤다. 각 팀에서 가장 잘 하는 선수들이 시즌 초반에 뛰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즌 직전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신인들의 각 팀 적응과 활약이다. 시즌 중에 신인들이 들어오면 따로 적응해야 할 시간도 필요하고 (팀 전술적인 부분) 서로 맞춰가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라고 안타까워했다.
LG는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 전력이 가장 많이 떨어진 팀이다. 김시래의 군 복무, 문태종의 오리온 이적, 김종규의 대표팀 차출, 유병훈의 불법도박 등 사실상 베스트5가 거의 바뀌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꼭 LG의 사정만을 보고 얘기한 건 아니었다. 현장 최고참 지도자이자 농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프로농구를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제 정규시즌 1라운드 흥행은 처참한 수준이다. 현장에서도 이대로라면 공멸로 이어진다는 위기감을 안고 있다.
▲KBL의 대처
김 감독은 "KBL은 그런 걸 잘 조율하라고 있는 단체"라고 뼈 있는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의 지적은 의미가 있다. 일단 KBL이 시즌개막을 앞당기면서 1라운드 일정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완전히 겹쳤다. 예년대로 시즌을 개막했다면 아시아선수권대회와 정규시즌 일정이 겹칠 일이 없었다. 당연히 대표 선수를 빼고 경기를 치를 일도 없었다. 김 감독이 말하는 '핵심 컨텐츠'를 고스란히 안고 시즌을 개막할 수 있었다는 의미.
물론 KBL의 의도도 이해는 된다. 시즌을 앞당기면서 챔피언결정전이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과 겹치지 않게 하려는 의도가 가장 컸다. 그러나 KBL이 국가대표팀에 무신경한 건 이 대목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스포츠토토 지원금 분배방식이 바뀌면서 KBL은 농구협회에 더 이상 대표팀 운영비를 넘겨줄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WKBL과는 달리 최소한의 신경도 꺼 버린 듯한 모양새였다. 대표팀 살림살이가 어려운데 눈 길 한번 주지 않았다. KBL이 애당초 아시아선수권대회 일정을 감안, 시즌 개막을 앞당기는 것을 좀 더 신중하게 결정했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1라운드에 각 팀 주전들이 빠지면서 흥행과 리그 전체적인 경기력에 치명타를 입었다. (시즌을 일찍 개막하면서 예년보다 정규시즌 1~3라운드 기간을 늘렸지만, 정작 백투백 일정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도 현장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아쉬움.)
또 하나. 신인드래프트다. 올해는 10월 26일, 즉 시즌 중간에 열린다. 대학 측이 전국체전 이후 드래프트를 열어달라고 요구했고, KBL이 받아들인 결과다. KBL은 두 시즌 전 신인들을 곧바로 새 시즌에 투입하기 위해 신인드래프트 시기를 봄에서 가을로 옮겼다. 하지만, 시즌을 앞당긴데다 대학 측의 강력한 요청으로 신인드래프트 가을 개최의 의미가 퇴색했다. 결과적으로 시즌 개막과 동시에 신인들이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이 프로농구 컨텐츠 부족에 직결됐다고 지적한다.
KBL이 대학농구연맹과 좀 더 세부적인 조율을 이어갔어야 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 측은 애당초 9월 신인드래프트가 도입됐을 때 전국체전 개최 이전이라며 반발했다. 학교 지원금이 가장 많이 걸린 전국체전은 대학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대회. 졸업반인 4학년들을 기용하고 싶은 게 대학 감독들 입장. 하지만, 프로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본다. 어차피 입학 예정자인 고등학교 3학년을 뛰게 하면서 대학 졸업반 선수들까지 뛰게 하려는 건 너무하다는 것. 일부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은 KBL이 대학연맹의 요구에 끌려 다녔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이 부분에선 대학 측의 욕심이 묻어있다. 다음 시즌부터는 조율이 필요하다. 시즌 개막을 앞으로도 계속 9월 초, 중순에 하려면 개막 직전인 9월 초에 신인드래프트를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떻게든 KBL은 풍부한 컨텐츠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김진 감독의 지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김진 감독(위), KBL 로고(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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