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목동 김진성 기자]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은 굳건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은근히 많은 오해를 받았다. 2012년 4~5월 부진을 거듭하자 팬들에게 '관중일'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다. 선수가 부진한 데도 특유의 믿음 야구가 이어지자 '기회를 얻지 못하는 백업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다'라는 비난이 있었다. 뭔가 확실한 퍼포먼스 없이 유능한 선수들의 역량에만 너무 기댄다는 지적도 있었다. 삼성이 슬럼프에 빠지거나 위기에 몰렸을 때 이런 지적은 더욱 힘을 받았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사상 처음으로 삼성을 정규시즌 5연패로 이끌었다. 프로야구 34년 역사상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대위업이다. 천하의 김응용 감독, 김성근 감독, 김인식 감독도 해내지 못했다. 싸워볼 수 있는 선수들이 갖춰졌든, 그렇지 않든 우승을 5연속 일궈내는 건 쉽지 않다. 멤버가 없으면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한계가 있다. 반대로 멤버가 좋아도 그 힘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거나 적절한 전략이 없다면 한계에 부딪힌다. 프로스포츠에선 매 시즌 멤버가 좋은데 무너지는 팀이 꼭 1~2팀씩 나온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점에서 류중일 감독의 능력은 분명히 인정 받아야 한다. 조금만 자세히 보면 류 감독의 야구 철학과 리더십이 삼성 야구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는 걸 알 수 있다. 류 감독은 2013년 통합 3연패 이후 재계약을 맺었는데, 그때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워 5년 연속 위업을 일궈냈다. 어머니처럼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 그만큼 선수들을 살뜰히 챙기겠다는 의미였다.
물론 선수들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주고,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류 감독은 부임 이후부
터 철저한 원칙을 세웠고, 모든 선수들을 녹여냈다. 예를 들어 10분 일찍 문화를 정착시켜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고, 자연스럽게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고참들을 배려하되, 느슨해지는 선수들은 과감히 경기에 내보내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에겐 상대적으로 류 감독의 잔소리가 많았다.
무엇보다도 위기에서 류 감독이 스스로 먼저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류 감독은 되도록 선수들에게 경기를 맡기면서도, 중요한 시점에선 정확한 판단과 움직임으로 작전야구를 진두 지휘했다. 선발투수들을 최대한 믿어줬지만, 최근 4연패 이후에는 선발투수들을 구원 등판시키는 등 만만찮은 승부욕을 보여줬다.
류 감독은 삼성에서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선수생활을 했다. 이후 2010년까지 코치 생활을 했고 현재 사령탑까지 삼성에서만 29년 근속하고 있다. 그는 삼성 야구가 과거 왜 좌절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많은 지도자들의 장점을 배웠고, 현재 삼성 야구의 시스템에 잘 접목시켰다. 단순히 선수 한 명 없다고 해서 지지 않는 팀, 어떤 선수가 뛰어도 팀 야구가 잘 이뤄지는 조직을 만들어냈다. 기본과 원칙으로 굴러가는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또 한번 증명했다. 류 감독 리더십은 이번 정규시즌 5연패를 통해서도 여지없이 확인됐다.
[류중일 감독. 사진 = 목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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