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마치 예고된 패배 같았다. 지금의 첼시는 너무도 뻔하다. 윌리안의 프리킥 골로 운 좋게 앞서갔지만 이후 3골을 실점하며 홈구장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또 다시 망신을 당했다. 냉정하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 첼시 팬들은 어서 빨리 1월 이적시장이 오길 기도해야 할 것 같다.
#포메이션
무리뉴 감독은 주장 존 테리를 선발로 복귀시켰다. 올 시즌 구멍으로 전락한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에 대한 신뢰는 계속됐고 네마냐 마티치 대신 하미레스가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짝으로 선택됐다. 아스날전 난동으로 징계를 받은 디에고 코스타의 자리는 라다멜 팔카오가 대신했다. 페드로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로날드 쿠에만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최전방에 장신의 그라지아노 펠레를 세웠고 그 뒤에 사디오 마네가 자리했다. 스티븐 데이비스는 우측에 포진했고 첼시 출신 오리올 로메우는 빅터 완야마와 호흡을 맞췄다.
#전반전
시작은 첼시가 좋았다. 최근 프리킥에서 물오른 킥 감각을 발휘하고 있는 윌리안이 사우스햄튼 골망을 갈랐다. 이후에도 첼시는 점유율을 가져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다만, 공격이 너무 뻔하게 진행됐다. 후방의 패스는 파브레가스를 거쳐 아자르에게 연결됐다. 가장 패스를 잘하는 선수에서 가장 드리블을 잘하는 선수에게 공이 전달된 셈이다. 사우스햄튼의 준비는 완벽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데이비스는 세드릭 소아레스를 효과적으로 도와줬다. 데이비스는 우측 지역에서만 4개의 가로채기를 기록했다. 세드릭도 3개의 가로채기와 4개의 태클을 성공했다. 반면 아자르는 상대 수비와의 대결에서 1번밖에 이기지 못했다.
팔카오를 막는 건 더 쉬웠다. 파브레가스와 아자르가 길을 찾지 못하면서 팔카오를 향한 패스는 90% 그가 등진 상태에서 시도됐다. 팔카오가 박스 안에서 공을 잡은 건 2번 밖에 없었다. 팔카오의 유효슈팅 ‘0개’는 당연한 결과다.
사실 사우스햄튼의 공격도 뻔했다. 가장 키가 큰 선수에게 공을 전달했고 발 빠른 선수들이 세컨볼을 노렸다. 그리고 전반 44분 이 방식으로 사우스햄튼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방에서의 롱패스는 펠레에게 향했다. 펠레는 공을 따냈고 어느새 중앙으로 이동한 데이비스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펠레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공격지역 공중볼(5개)을 따냈다.
#마티치
무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하미레스를 빼고 마티치를 투입했다. 사실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교체이기도 했다. 하미레스가 전반 막판 포백을 보호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사실 파브레가스의 느슨한 수비 가담이 직접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티치의 투입은 첼시에게 악수가 됐다. 후반 45분에 들어온 마티치는 73분에 다시 벤치로 내려갔다. 그 사이 첼시는 2골을 더 실점했다.
마티치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18분을 뛰면서 17개의 패스를 시도했고 이 중 4개를 실패했다. 90분을 뛴 완야마의 패스미스가 10개인 점을 감안하면 마티치의 패스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알 수 있다. 여기에 아자르 등 2선 공격수들의 패스 실수까지 겹치면서 발이 느린 마티치는 최악의 경기를 했다.
#후반전
첼시의 마티치 투입이 악수였다면 사우스햄튼의 제임스 워드-프라우즈 투입은 쿠에만의 한 수였다. 워드-프라우즈는 로메우보다 많이 뛰었고 패스 성공률도 높았다. 이는 사우스햄튼 전체의 기동력이 높아진 결과로 이어졌다.
후반전에 주목할 변화는 두산 타디치가 전반전과 비교해 측면으로 더 넓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전반전에 타디치는 좌우 측면을 오갔다. 반면 후반전에는 왼쪽 사이드 라인에서만 공을 받았다. 자연스레 첼시의 약점인 이바노비치와 센터백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다. 마네의 두 번째 골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바노비치와 마티치가 흔들리자 펠레를 쫓아 케이힐까지 전진했다. 그러나 공은 펠레를 거쳐 뒤로 흘렀고, 테리마저 위치 선정에 실패하면서 마네에게 일대일 찬스가 생겼다.
마네는 이 경기 최고의 선수였다. 4개의 슈팅을 시도해 1골을 넣었고 펠레의 쐐기골까지 도왔다. 무엇보다 1대1 대결에 자신감이 넘쳤다. 6번 시도해 4번 이겼다. 더 인상적이었던 수비다. 무려 6개의 태클을 성공했다. 파울도 5번을 기록했는데 모두 상대 진영이었다. 전방 압박의 증거다.
#무리뉴
위기다. 그것도 아주 살벌한 위기다. 많은 원인이 있지, 결과적으로 무리뉴 스스로 초래한 위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임대생과 그로 인한 스쿼드 질의 저하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최고였던 테리, 마티치, 파브레가스, 아자르 모두 평범한 플레이어가 됐다. 선수들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실수가 난무하자 서로를 믿지 못하는 느낌까지 든다. 마치 동네축구에서 볼을 못 차는 친구에게 패스하길 꺼리는 것과 같다. 멘탈의 문제다.
무리뉴는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도망갈 생각은 없다. 팀이 완전히 다운되어 있다. 믿기 힘들 정도다. 경기장 안에서 실수가 나오면 곧바로 선수들의 정신력이 붕괴된다. 우리가 안 좋은 상태라는 걸 솔직히 인정한다”
[그래픽 =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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