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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부산 곽명동 기자]한국영화의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김기영 감독의 ‘하녀’에서 이은심의 강렬한 연기는 여전히 관객의 소름을 돋게 만든다. 밀실공포의 극한을 보여주는 이은심은 오랜 시간 동안 시네필의 존경을 받았다. 1935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80살이 된 그녀는 딸 이양희(50)씨, 손녀딸 김희연(21)씨와 부산을 찾았다. 한국 방문은 33년 만이다.
이은심은 4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저는 예쁘지도 않고 키도 작아서 배우의 조건을 갖추지 못했어요. 그저 호기심에 영화인들이 많이 모이는 다방에 친구랑 갔다가 김기영 감독의 눈에 들었던거죠. 그 분은 제가 예뻐서 캐스팅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인상을 받고 출연시킨 것 같아요.”
첫 작품은 1959년작 ‘조춘’이었다. 그냥 누워만 있으면 되는 역할이라 편했다. 두 번째 작품이 1960년작 ‘하녀’였다. 담배 피우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의 계단신이 힘들었지만 전반적으로 편하게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하녀’가 호평을 받았지만,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배우를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여러 곳에서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 예술영화 한 편은 꼭 하고 싶었다. 촬영 당시에는 ‘내일의 광장’이었고, 개봉했을 때는 ‘지게꾼’으로 고쳐졌다고 했다.
“상대 배우와 싸울 때 내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어요. 상대 배우가 화를 내더라고요. 어떻게 ‘하녀’에 출연했느냐면서요. 창피를 당한거죠. 쥐구멍이라도 있으며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걸로 끝이었죠.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어요.”
‘장군의 수염’의 고 이성구 감독과 결혼한 이은심은 남편의 누님이 살고 있는 브라질로 이민을 떠났다. 연기에 대한 미련은 전혀 없었다. 브라질의 산타카타리나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 독일인이 80%를 차지한다. 한국방송을 접할 수 없아 한국 소식은 전혀 모르고 살았다.
“이렇게 따뜻하게 환대해 주시니까 너무 고맙습니다. 막상 와 보니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 ‘하녀’ GV 무대인사에 참석한 모습. 한혁승 기자. ‘하녀’스틸컷]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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