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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혁신이 필요하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지난 3일 2015 FIBA 아시아 남자농구선수권대회 레바논과의 5-6위전 직전 장사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했다. 이번 남자대표팀은 감독 선임과정에서부터 삐걱거렸고, 대회 준비 과정에서부터 장사 현지에서까지 농구협회의 각종 지원 미흡, 무능력한 행정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하지만, 방 회장은 당시 취재진에게 각종 문제점에 대한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이번 남자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겠다는 뜻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방 회장의 임기(4년, 연임 가능)는 2017년 2월 4일까지다. 이제 남은 임기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가 장사에서 했던 사과를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아니, 이번 김동광호의 망신을 계기로 농구협회가 달라질 수 있을까.
▲대표팀 처우개선
대한농구협회는 올해부터 스포츠토토 지원금을 대표팀 운영에 사용하지 못했다. 사실상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기본적인 예산으로 연명해왔다. 방 회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기업 스폰서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불법도박 여파로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부분은 결국 방 회장의 숙제다. 어떻게든 숨통을 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농구관계자는 "농구협회가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더 많이 유치해야 제 2의 빨래, 비행기 좌석, 도시락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모두 협회 경비가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농구협회 자체적으로도 불필요한 예산은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각 연령별 남녀대표팀의 아시아, 세계대회 때 임원들이 무리를 지어 현지를 찾는데, 그 비용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방 회장은 FIBA의 지원으로 비즈니스 클래스로 장사와 인천을 오갔다. 그러나 전력분석관, 트레이닝 코치 등 실질적인 대표팀 지원스태프를 늘리고 불필요한 인력(격려 목적으로 현지에서 관람 및 응원하는 임원들)은 현지 파견을 줄여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방 회장은 그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스폰서 유치가 자신 없다면 투명한 경영을 하는 게 조직의 건강을 위한 길이다. 이 부분에서 농구협회 임원들의 마인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나이 많고 국제적 감각이 떨어지는 임원들이 달라질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협회 전체적인 혁신부터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대회 개최의 허와 실
방 회장은 2017년 FIBA 아시아 남녀선수권대회 개최를 선언했다. 실제 현지에서 국내 취재진들에게 가장 열을 올려 홍보한 부분이기도 하다. 방 회장의 당위성은 이해가 된다. 한국은 1995년 서울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 2007년 인천 아시아 여자선수권대회를 개최한 것 외에는 최근 20년간 FIBA 대회를 개최해본 적이 없다. 예산이 많이 들고, FIBA가 요구하는 규격을 갖춘 경기장도 많지 않았다. 농구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진 현실에서 국가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했다. 그러면서 한국농구가 점점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일단 2017년 아시아 여자선수권대회를 유치하려고 하는 건 대환영이다. 그해 11월 홈&어웨이 시스템을 도입하는 남자와는 달리 여자 대회의 경우 지금의 골격을 유지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 여자 선수권대회가 남자 대회보다 예산이 적게 든다. 참가 팀이 적기 때문이다. 2017년 대회는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 티켓이 걸려있다. 그러나 2017년 아시아 남자선수권대회의 경우 홈&어웨이 도입 직전에 치러지는 마지막 대회. 대회 이름도 아시아컵으로 바뀐다. 우승한다고 해서 올림픽이나 월드컵 티켓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도 많지 않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한국의 개최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하지만, 흥행과 경기력이 보장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도 확실히 얻는 게 없다.
내년 남녀 올림픽 최종예선 역시 방 회장이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일단 이번 대회서 한국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국가에 개최 우선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최 여부는 미지수다. 여자의 경우 우한에서 3위를 차지했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스폰서를 통한 비용 마련이 절실하다. (국고 지원도 받을 수 있겠지만, 마음대로 퍼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 회장은 애당초 최종예선 개최에 큰 관심을 갖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으로 수준 높은 국가들과 국내에서 붙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걸 감안하면 최종예선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맞다. 일단 남자의 경우 이번 대회 6위로 유치 가능성이 물 건너갔다.)
다만, 국제대회 개최보다는 건강한 대표팀 시스템 구축에 좀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의 각급 남녀대표팀 운영 시스템에는 연속성, 체계성이 결여됐다. 대회가 임박해 코칭스태프가 급하게 구성되고, 제대로 된 전력분석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남자 대표팀을 통해 대표팀의 열악한 사정이 공개됐지만, 사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16~19세 남녀대표팀의 지원환경은 더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아이들은 국제대회에 나가면 주로 모텔급 숙소에서 자는 것으로 안다"라고 할 정도였다.
▲KBL·WKBL과의 통합
방 회장은 수 차례 "하나의 국가에 하나의 협회만 인정한다"라고 했다. 사실이다. 이 부분은 이번 성인대표팀 부진과는 별개로 농구협회 차원에서 고심하고 있다. 두 개의 프로리그를 운영, FIBA로부터 자격 정지까지 받았던 일본의 케이스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한국은 KBL과 WKBL이라는 남녀 각각 1개의 프로리그를 갖고 있기 때문.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농구협회와 KBL, WKBL이 통합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FIBA가 가장 원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차피 세 단체는 대표팀 구성 및 국제경기력 향상 등을 위해 계속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제경쟁력 향상과 대표팀의 효율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장기적으로 세 단체가 합치는 게 맞다.
다만, 통합 작업이 이뤄지려면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프로와 아마로 그 성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당장 방 회장이 남녀 프로선수들의 농구협회 선수등록이 필요하다고 본 것도 이 부분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경기력 대반전도 불가능하다. 장사에서의 망신을 계기로 한국 농구의 혁신이 절실히 요구된다.
[방열 회장(위, 아래), 농구협회 로고(가운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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