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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김서형은 KBS 2TV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국민당 대변인이자 비례대표 초선의원인 홍찬미 역을 맡아 초, 중반까지 송윤아(최인경)와 앙숙 구도를 이뤘다.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적 인물로서 김서형은 "또 악역이냐"는 질문을 들어야 했다. 대중에게 김서형을 각인시킨 드라마 속 인물들은 기가 세고 악랄한 캐릭터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서부터 정재영(진상필)의 조력자로서 딴청계를 이끄는 인물로 활약하긴 했지만, 출연을 결정하고 캐릭터를 만들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연출자들이 나라는 배우의 활용에 대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 한 적이 있다. 다른 면을 보고 다르게 써주려 하는 분들이 없는 것 같아서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꾸준히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기회가 안 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물음에 갇혀 있으면 뭐 하겠나 싶더라. 다행히 후반부에서 홍찬미가 여유롭게 그려지면서 다른 면을 담을 수 있어 그나마 기분이 좋았다"
김서형은 표독스러운 눈빛을 발산하는데 일가견이 있어 홍찬미로 분했던 그는 남성판인 국회 안에서도 당당했고, 센 기운을 유지하면서 카리스마 있는 여성 정치인을 잘 그려냈다. 악역은 아니지만 자신의 것을 지켜내기 위해 날을 세우며 대립도 했다. 그러다 후반부에는 장현성(백도현)으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진상필을 적극 도우면서 반전 넘치는 인간미도 발산했다. 한 순간에 인생이 바뀐 만큼 캐릭터의 톤을 잡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정치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나 역시 처음에는 (홍찬미가) 왜 저래야 할까 이해하지 못하고 연기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결국 내 몫은 작가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부분을 캐릭터를 통해 잘 살려내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배우 모두가 뜨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백도현으로부터 갑자기 팽을 당한 홍찬미가 진상필 편으로 돌아서는 갑작스러움은 허술하다는 인상을 안겼다. 이에 대해 김서형은 "왜 딴청계로 가냐고 작가님에 연락을 할 만큼 시간 여유도 없고, 더 연장 되서 보여 줬으면 좋겠지만 그런다고 해서 더 재밌을 보장도 없다"며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개인적인 만족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낮은 시청률은 아쉬움을 남겼다. 현실정치를 그리는 '어셈블리'는 갈등과 긴장의 연속이었고, 무거운 주제는 시청자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김서형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전문직이야기는 언제나 재밌고, 안 해본 캐릭터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즐겁다. 이때 아니면 언제 정치인을 해보겠냐고 생각했다. 출연을 결정 하고나서는 캐릭터를 위해 여럿 정보들을 찾아봤는데, 검사 역할을 한다고 검사를 직접 만나는 게 큰 도움은 안 되더라. 실존하는 여성 정치인들도 찾아 봤는데 결국 내 안에서 나오는 연기이니 다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결국 의상만 참고했다"
'어셈블리'는 정재영이 중심을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짜 정치'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김서형의 말처럼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 점은 내내 아쉬웠다. 그는 "15회까지는 몸이 근질근질할 정도로 신이 많지 않아서 답답했다. 마지막 두 회가 딱 내 야마신이니까 정말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시청률이 아마 잘 나왔을 거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배우로서 더 큰 다짐을 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주, 조연의 경계를 아슬하게 오가 김서형의 입지는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극의 핵심을 관통하는데 말이다.
"내가 좀 간당간당하다. 그렇지만 크게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캐릭터가 단 한 신만 주어지더라도 잘 살려내기 위한 욕심을 갖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장르, 작은 작품 가리지 않고 한다. 쌓인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함도 있고, 나를 좀 더 봐달라는 의미로 포트폴리오를 쌓는 목적도 있다"
함께 호흡한 정재영과 송윤아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서형은 "정재영 씨는 드라마 작품이 처음이지 않나. 첫 신부터 막 신까지 모두 그의 몫이었다. 정말 힘들었을 텐데 열정이나 에너지를 놓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한 번도 늦지 않더라"고 말하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모두가 열과 성을 다 했듯 김서형도 홍찬미라는 역할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그는 "기대치가 커서 작품에 들어갈 때, 죽을 듯이 올인 한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종영 이후에는 깔끔하게 털어 냈단다. 항상 미래를 기대하며 사는 배우라 가능한 일이다.
[배우 김서형.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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