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반전의 연속이다.
올 시즌 KCC는 외국선수 드래프트 때부터 남달랐다. 1라운드에서 단신 최대어 안드레 에밋(191cm)을 선발했다. 1라운드에서 193cm 이상의 장신자를 지명하지 않은 유일한 팀. 2라운드서 규정상 장신자를 선발했지만, 빅맨이 아닌 리카르도 포웰(196cm)을 지명했다.
추승균 감독은 애당초 에밋을 높게 평가했다. 무조건 1라운드에서 뽑으려고 했다. 실제 에밋은 단신 테크니션들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결정적으로 2라운드부터 하승진이 뛸 수 있다는 걸 계산하고 있었다. 김일두가 시즌 아웃됐지만, 정희재, 김태홍이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팀에 보탬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5연승 비결
1라운드 막판 5연승을 내달렸다. 5연승을 완성했을 때 하승진과 김태술이 컴백, 초호화라인업이 완성됐다. 3쿼터에 김태술, 에밋, 포웰, 하승진이 동시에 투입됐다. 상황에 따라 전태풍을 가세했다. 이들 모두 개개인의 테크닉이 뛰어나다. 그리고 볼 소유욕도 높지 않다. 정희재, 김태홍의 보이지 않는 공수 분투도 이어졌다. 추승균 감독은 "전체적으로 수비가 잘 됐다.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도 좋았다.
하승진의 위력도 극대화됐다. 골밑에서 림을 사수하는 능력은 리그 최상급. 그가 팔을 높게 뻗어서 수비하면, 어지간한 공격수들은 정상적인 골밑 공격이 불가능하다. 6일 전자랜드전 당시 안드레 스미스가 그런 식으로 막히자 외곽의 국내선수들 움직임마저 효율성이 떨어졌다. 하승진은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지만, 현재 몸 상태는 괜찮다.
5연승 기간 상대 팀의 전력이 정비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물론 상대 허점을 파고 들어 승리한 건 엄연히 실력이다.) 모비스전(25일)의 경우 리오 라이온스가 경기 중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빠져나가면서 어수선해진 흐름을 잘 이용했다. 김종규가 빠진 LG(27일)는 아무래도 전력이 약하다. 동부(10월 3일) 역시 김주성과 윤호영이 빠지면서 정상전력이 아니다. 골밑이 강화된 삼성(29일)전과 전자랜드전의 경우 KCC 전력의 위력이 극대화됐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전체적으로 하향세였다. 삼성은 외곽수비에 취약점이 있다. 테크니션이 즐비한 KCC가 여유있게 요리했다.
▲초호화라인업의 부작용
KCC는 고무됐다. 2라운드부터 두 외인 테크니션과 하승진, 김태술을 활용, 전력을 극대화시킬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주춤하다. 단 2경기였지만, 초호화라인업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이 보였다. 시즌 전 우려했던 부분들.
추 감독은 "수비가 안 된다"라고 했다. KT에 89점, SK에 92점을 내줬다. 특히 포웰, 에밋, 하승진, 전태풍, 김태술 등이 동시에 투입될 때 수비 약점이 두드러진다. 하승진이 투입되면 KCC가 사용할 수 있는 수비 옵션은 한계가 있다. 그는 공수전환 속도가 늦다. 수비 범위도 좁다. 상대가 스크린을 통해 2대2 공격을 할 때 스위치 디펜스를 시도하면, 외곽으로 나가는 속도가 당연히 느리다. 이 과정에서 많은 공간을 내주면서 실점 확률이 높아졌다. 결국 KCC를 상대하는 대부분 팀은 하승진을 외곽으로 의도적으로 끌어낸 뒤 스위치 디펜스를 유도, 역으로 미스매치를 노려 손쉽게 득점으로 연결한다. 10일 경기서 SK도 그런 방식으로 드워릭 스펜서가 3쿼터에만 14점을 올렸다.
결국 KCC는 지역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방어는 태생적으로 오래 활용할 수 없는 전술. 최근 변형 매치업 존을 거의 대부분 팀이 활용한다. 그렇다고 해도 공격수들이 하이포스트 장악을 하면 결국 공략 가능하다. KCC는 손쉽게 상대에 하이포스트를 내준다. 특히 포웰과 에밋의 지역방어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포웰의 경우 전자랜드 시절에도 수비 집중력은 왔다갔다했다. 추 감독도 "2-3 지역방어를 쓸 때 포웰이 하이포스트에선 수비를 잘 해주는데 사이드에선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좀 더 많이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수비가 풀리지 않으면서 공격도 단순해지는 느낌이 있다. 추 감독도 "수비가 안 되면서 공격도 안 풀렸다"라고 했다. 전태풍은 SK전서 23점으로 팀 내 최다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문경은 감독은 경기 후 최원혁의 수비를 칭찬했다. 그는 "전태풍에게 내준 점수는 대부분 1대1에서 만들어졌다. 그건 상관 없다"라고 했다. 전태풍에게서 파생되는 연계플레이를 줄였다는 점에서 최원혁의 수비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실제 전태풍은 경기 막판 큰 점수 차로 뒤지자 특유의 무리한 슛 셀렉션이 나왔다. 슛 컨디션이 나빴다면 대패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밖에 대표팀에서 돌아온 김태술은 공수 집중력에서 기복이 있다. 특히 수비에 허점이 있다. 대표팀에서도 김동광 감독에게 지적 받은 부분.
KCC가 다시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 멤버들의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 다만, 공격에선 연계 플레이 비중을 높이고 하승진의 활용도를 세부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추 감독도 "3쿼터의 경우 상대에 따라 선수 기용을 다르게 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KCC는 이 고비를 효과적으로 극복해야 상위권 순위다툼이 가능하다.
[KCC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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