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들의 희비가 또 한번 엇갈릴 조짐이다.
두산 외국인선수들의 올 시즌 공헌도는 10개 구단 통틀어 가장 낮았다. 더스틴 니퍼트, 앤서니 스와잭, 유네스키 마야,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등 5명을 썼으나 단 1명도 자신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가정은 의미 없지만, 외국인선수들이 좀 더 힘을 냈다면 두산은 삼성, NC와 선두싸움을 대등하게 했을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았다.
결국 두산은 사실상 국내선수들만의 힘으로 2년만에 포스트시즌에 복귀했다. 포스트시즌은 매 경기 절체절명의 처절한 승부가 벌어진다. 두산도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하다. 외국인선수들의 맹활약이 절실하다. 일단 니퍼트, 스와잭, 로메로 모두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등록됐다.
▲살아난 니퍼트·자기 옷 입은 스와잭
니퍼트와 스와잭은 포스트시즌서 자신의 옷을 입었다. 우선 니퍼트. 두산 입단 이후 등 근육 부상이 있었고, 올 시즌에도 유독 부상이 잦았다. 골반 통증으로 개막전 선발이 불발됐고, 이후 어깨와 서혜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시간이 길었다.
시즌 막판 극적으로 오름세를 탔다. 마지막 3경기서 모두 선발 등판했다. 2승 평균자책점 3.50으로 좋았다. 시즌 성적 6승5패 평균자책점 5.10인 걸 감안하면 극적이었다. 특히 2일 광주 KIA전서는 삼진을 11개 뽑아냈다. 150km를 상회하는 타점 높은 직구로 KIA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니퍼트 본연의 위력 그대로였다. 결국 김태형 감독은 시즌 막판 부진했던 유희관과 장원준 대신 니퍼트를 1선발로 택했다. 7일간 푹 쉬었던 니퍼트는 넥센을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3볼넷 2실점 역투를 선보였다. 투구수는 단 109개. 구위가 살아난 니퍼트가 각종 변화구를 섞어 농익은 경기운영을 하며 넥센 타선과의 수싸움에서 압도한 결과. 니퍼트는 5차전까지 갈 경우 다시 선발로 나설 수 있다. 두산이 그 전에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할 경우 또 다시 1차전 선발로 내정될 듯하다.
스와잭도 본연의 역할을 찾았다. 마야의 대체 선수로 입단한 뒤 기복이 심했다. 처음에는 다양한 구종을 구사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결국 KBO리그 적응 과정에서 구종을 단순화했다. 그리고 직구 구위를 끌어올렸다. 그래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지는 못했다. 시즌 성적 5승7패1홀드 평균자책점 5.26. 그는 마이너리거 시절 구원 등판 경험이 많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니퍼트가 선발로 돌아오면서 스와잭을 불펜으로 돌렸다. 막판 2경기서 1패1홀드 평균자책점 2.45로 나쁘지 않았다.
김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스와잭을 1차전서 불펜 대기시킬 것이다. 상황에 따라 투입할 수도 있다. 투구 수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4차전에는 선발로 나갈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해가 된다. 1~2차전에 대한 필승의지를 보여주면서, 4선발 활용 가능성까지 내다본 것. 그러나 불펜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다면, 4차전 선발은 취소될 수도 있다는 게 암시된 코멘트. 두산 불펜에는 노경은 이현호 진야곱 등 롱 릴리프 요원이 즐비하다. 이들이 1+1로 경기 초반 배치, 한 경기 정도를 버텨낼 수 있다. 결국 김 감독은 1차전서 스와잭을 마음껏 활용했다. 스와잭은 2이닝 동안 24개의 공으로 무실점을 기록했다. 8회 함덕주가 남긴 주자를 홈으로 보내줬으나, 결과적으로는 좋은 투구를 했다. 전문 불펜 요원으로서 스와잭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어정쩡한 로메로
니퍼트와 스와잭이 자신의 역할을 찾으면서 로메로의 입지는 더욱 어정쩡해지는 느낌. 현 시점에서 로메로는 두산의 계륵이다. 일단 정규시즌 성적에서 전혀 임팩트를 주지 못했다. 76경기서 타율 0.253 12홈런 50타점에 그쳤다. 애버리지가 떨어졌다. 경기당 타점은 준수해 보이지만, 득점권타율 0.256에 그쳤다. 효율성이 떨어졌다.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떨어져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로메로를 준플레이오프에 데려왔다. 다분히 전략적이다. 그는 "로메로가 목동에서 강했다. 밴헤켄에게도 좋은 타격을 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로메로는 목동 5경기서 타율 0.273 3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안타 6개 중 3개가 홈런. 밴헤켄에겐 8타수 3안타(1홈런) 타율 0.375 4타점으로 더욱 강했다.
결국 로메로는 3~4차전이 열리는 목동에서, 특히 밴헤켄을 상대로 표적 선발출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타로 뛸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는 두 가지 숨은 이유가 있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대로 니퍼트와 스와잭의 동시 등판이 더 많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KBO 외국인선수 활용규정상 3명이 한 경기에 동시에 나올 수는 없다. 때문에 니퍼트가 선발로 던진 날 스와잭이 구원 등판하면 로메로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이럴 경우 두산이 받는 데미지가 없다는 게 로메로에겐 비극이다. 실제 1차전 끝내기안타의 주인공은 박건우였다. 대타 1번옵션은 로메로였지만, 규정상 출전이 막히면서 박건우가 투입됐고, 대형사고를 쳤다. 두산은 백업 야수진이 풍부하다. '대타 로메로'도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
또 하나는 내야수비. 로메로는 3루와 1루 수비 모두 가능하다. 입단 초반에는 3루 수비를 소화했다. 그러나 이후 허경민에게 자리를 넘겨줬고, 1루로 돌아섰으나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타격 부진이 근본적인 원인이었지만, 수비에서의 안정감 부족도 원인이었다. 10일 경기 전 김재호도 "아무래도 로메로보다는 (허)경민이와 함께 수비하는 게 편안하다. 일단 말이 통하지 않는데다 경민이의 수비 범위가 넓어서 내가 커버해야 할 부분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3루는 허경민, 1루는 오재일 혹은 고영민이 수비 안정감, 작전수행능력 등 공수 모든 측면에서 최상이다. 목동에서 로메로의 활약을 기대해봐야겠지만, 냉정히 볼 때 지금 두산에 로메로는 필요성이 극히 낮다.
[니퍼트와 스와잭(위), 로메로(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