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가 추락하고 있다.
13일 SK전서 졌다. 7연패다.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10패(2승)를 돌파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9위 동부에도 2.5경기 뒤졌다. 과거 6강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던 팀은 대부분 5할, 혹은 5할에서 1~2승이 적은 승수를 거뒀다. LG는 벌써 -8이다. 여기서 더 처질 경우 시즌 중반 이후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이 더욱 힘겨워질 수 있다.
물론 LG의 추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다. 김시래가 상무에 입대했다. 문태종은 오리온으로 이적했다. 유병훈은 불법도박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했다. 김종규는 대표팀에 차출돼 1라운드를 뛰지 못했다. 지금도 김종규를 제외하고는 지난 시즌 주전이 단 1명도 없다. 2라운드에 김종규가 돌아오면서 트로이 길렌워터와 함께 제법 묵직한 골밑을 구축했다. 하지만, 김종규도 연패를 끊지 못하고 있다.
▲가드진 약세
일단 가드진이 취약하다. 리그 최상급 포인트가드 김시래와 다재다능한 유병훈이 빠져나간 공백이 크다. LG는 유병훈을 1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패스 센스는 김시래보다도 낫다는 평가. 하지만, 갑작스러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양우섭과 정성수, 최승욱 등이 1번 역할을 도맡지만, 경기운영능력이 떨어진다. 급기야 대체 외국선수 브랜든 필즈가 볼 배급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SK전서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가드진에서 실책과 좋지 않은 패스 등이 양산되면서 김종규와 길렌워터의 위력도 극대화되지 못하는 모양새. 두 사람은 동선 정리만 제대로 되면 골밑에서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김진 감독은 가드들에게 명확한 롤을 부여했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상대의 강력한 프레스와 변형 지역방어 공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가드진의 부진으로 김종규와 길렌워터까지 전혀 강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둘 다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능한 선수들은 아니다.
▲수비 약점
LG는 경기당 81.8실점으로 82.5실점의 KGC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했다. 본래 LG의 수비조직력이 썩 좋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이 약화되면서 공격력이 뚝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수비 약점도 부각되고 있다. LG에는 딱히 1대1 수비력이 매우 강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이지운은 부상에서 회복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양우섭도 역할이 확대되면서 수비만 신경 쓸 수 없는 입장. 자연스럽게 팀 디펜스의 완성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김종규의 경우 골밑 블로커와 수비수로서의 역할을 준수하게 해내는 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수비 중심이 잡히지 않은 상황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김종규에게 김주성처럼 팀 디펜스를 조율하는 걸 기대할 수도 없다. LG는 경기당 득실 마진이 무려 -5.1점. 효율적인 경기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증거.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점을 기록한 KGC도 득실마진은 -2점이다.
▲희망은 있다
LG는 최근 수년간 재능 좋은 선수들을 많이 끌어 모았다.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많이 약해졌지만, 남아있는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득점력을 갖춘 베테랑 김영환, 3점슛 폭발력을 갖춘 안정환, 궂은 일에 능한 기승호와 정창영, 돌파력을 갖춘 최승욱, 기동력과 정교한 슈팅능력을 갖고 있으나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던 빅맨 주지훈 등 좋은 자원은 많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희망이 있다.
다만, 시즌 초반 사타구니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맷 볼딘의 공백과 갑작스러운 필즈의 영입(여전히 필즈는 국내선수들과의 호흡이 불안정하다.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젊은 국내 선수들의 줄부상, 트로이 길렌워터의 기복 등 각종 크고 작은 악재들이 모여 장기연패로 이어졌다. 달리 말해 부상자들을 추스르고 필즈를 KBL에 적응시키면 여전히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물론 김종규와 길렌워터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위에서 거론한 가드진 정비, 수비조직력 점검 등의 과제는 분명히 안고 있다.
LG는 16일 KCC, 18일 동부와 맞붙는다. 이때 연패를 끊지 못하면 22일에는 단독선두 오리온, 24일에는 2위 모비스와 맞붙는 일정이라 연패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KCC는 강점과 단점이 명확한 팀이다. 동부는 김주성 부상으로 전체적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LG로선 연패를 끊고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다.
[LG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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