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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주요 인물의 각성을 위해 극적인 장치가 필요하다지만, 해도 너무했다.
13일 밤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 4회에서는 어린 이방지 (땅새/윤찬영)가 각성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마냥 순수했지만 상처로 인해 각성한 뒤 고려를 멸망시키는 주요 인물이 되는 것.
이에 이방지의 어린 시절 주요 이야기가 전개됐다. 어린 시절 이방지는 땅새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동생 분이(이레)와 어머니의 행방을 찾았다. 가난한 일반 백성이었기에 나랏일은 몰랐다. 그저 순수한 어린 아이였다.
가슴 설레는 첫사랑도 선보였다. 어린 연희(박시은)와 풋풋한 사랑을 펼쳤다. 연희 역시 땅새를 좋아했고, 두 사람은 수줍어 눈도 맞추지 못하면서도 애정공세를 펼치는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땅새와 연희에게 위기가 닥쳤다. 길태미(박혁권)가 백성들의 땅을 빼앗기 위해 악당들을 마을로 보낸 것. 이에 마을 사람들은 이들에게 살인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연희 역시 피해를 입었다. 앞서 달달한 로맨스가 그려졌기에 이들의 시련은 더 비극적이었다.
하지만 연희가 피해를 입고, 땅새가 각성하는 과정에서 너무 자극적인 장면이 나오고 말았다. 어린 연희가 겁탈을 당한 것. 이 모습을 땅새는 보고만 있었다. 자신이 나서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에 땅새는 고려에 대한 분노를 갖게 됐고, 연희는 물론 분이 역시 상처를 입었다. 그 결과, 땅새는 막강한 무술을 자랑하며 조용히 정도전(김명민)의 뜻을 따르려 하는 이방지로 컸다. "삼봉 어디 있는 것이요. 이제 누굴 죽이면 되겠소"라고 읊조리는 막강한 이방지가 됐다.
물론 인물의 각성과 변화를 위해선 그럴만한 이유가 필요했다. 극단으로 치닫는 설정일 경우 인물 표현 및 이야기 전개에 더 큰 효과를 주는 것은 맞다.
문제는 이를 연기하는 어린 땅새와 연희가 실제로 아역배우들이라는 점이다. 어린 배우들이 겁탈 장면을 촬영하고 괴로워 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어른이 연기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다.
노골적인 표현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대사는 충분히 노골적이었다. 어린 연희를 보며 성적인 발언을 한다거나, 뒤에 이어지는 장면을 연상케 하는 컷이 그대로 방송됐다. 드라마적 요소를 위한 것이라지만 시청자들마저 불편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장면을 그대로 노출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 드는 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육룡이 나르샤' 측 관계자는 "땅새가 각성하고 변화하는 계기로 필요했다. 그만큼 세상이 썩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였다"며 "윤찬영도 연기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잘 해줘서 제작진이 고마워하고 칭찬했다"고 설명했다.
각성하고 변화하는 계기,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계기가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고 지상파 드라마에서 허용될 수 있는 수위인지는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각성할 필요가 있다.
['육룡이 나르샤' 박시은, 윤찬영, 변요한. 사진 = SBS 방송캡처]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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