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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나요."
두산 베어스 간판타자 김현수는 전날(19일)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경기력이 살아나는 이유에 대한 답이었다.
포스트시즌은 심리 싸움이다.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다. 18일 1차전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정규시즌 두산전 3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18로 잘 던졌던 해커는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반면 NC전에서 평균자책점 9.53으로 무너졌던 더스틴 니퍼트는 완봉승을 따냈다. 포스트시즌이 심리 싸움이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두산은 2년 전(2013년) 포스트시즌에서 그야말로 기적을 썼다. 그해 정규시즌 최종전인 10월 5일 잠실 LG전 패배로 4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2패 후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LG를 3승 1패로 무찌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4차전까지 삼성에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이후 3연패로 무너졌지만 당시 두산의 '업셋 본능'은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도 2년 전의 향기가 난다. 정규시즌 4위가 아닌 3위(79승 65패)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만 다르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3승 1패로 통과했다. 특히 4차전 2-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11-9 극적인 역전승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17일 NC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7-0 완승. 투타 조화가 완벽하게 이뤄졌다. 적장인 김경문 NC 감독은 "공수 양면에서 완패했다"고 아쉬워했다.
두산 김현수는 포스트시즌에서 그야말로 희로애락을 다 겪었다. 2008년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3, 5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 상황 뼈아픈 병살타 2개로 눈물까지 쏟았다. 그러나 이는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올해가 벌써 7번째 포스트시즌이다. 1차전에서도 2-0으로 격차를 벌리는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리에 일조했다.
김현수의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63경기 타율 2할 5푼 4리(224타수 57안타) 1홈런 26타점. 썩 좋은 성적은 아니지만 여전히 상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타자임은 틀림없다. 부진하다 싶으면 결정적 한 방을 쳐내며 클래스를 입증하고 있다. 19일 2차전에 앞서 만난 김현수는 "확실히 우리가 노하우는 훨씬 많다"고 말했다.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현수의 말 한마디가 확 와 닿았다.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나." 그는 2년 전을 떠올리며 "우리는 한결같아서 좋다. 2013년과 지금 분위기가 똑같다. 1차전을 내줬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 2013년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내줘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3차전을 앞둔 선수들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좋았다. 두산의 한 선수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앞서 확인한 분위기가 업셋 본능의 비결"이라고 했다.
김현수는 "2년 전에는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까지 갔다는 것만 다르다"며 "오히려 그럴수록 더 여유로웠다. 그만큼 편안하게 하고 있다. 올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 대역전승으로 얻은 건 타격감이 아닌 심리적인 여유다. 3일 쉬면서 더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두산은 그 누구보다 가을 잔치를 즐기고 있다. 더그아웃 분위기는 무척 화기애애하다. "편안하게 하겠다"던 김태형 두산 감독은 늘 그렇듯 웃음을 잃지 않는다. 김현수는 "우리는 정말 재밌게 하고 있다. 더그아웃 분위기 보면 딱딱함이 없지 않은가. 사실 위에서 기다리는 팀들은 그만큼 긴장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전날 2차전에서 NC에 1-2로 역전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 원점. 분위기가 한풀 꺾일 만하다. 그런데 2년 전 LG와의 플레이오프를 떠올려보자. 당시 두산은 1차전 승리 후 2차전 패배로 흐름이 끊기는 듯했다. 그러나 3, 4차전을 내리 잡아내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두산 선수단이 "잃을 게 없다"는 분위기로 플레이오프를 즐긴다면 2차전 패배가 그리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다.
[두산 베어스 김현수(오른쪽).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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