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창원 강산 기자] 두산 베어스 필승계투 함덕주는 플레이오프 첫 등판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 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하지만 전혀 고개 숙일 필요 없다. 함덕주는 두산의 미래다.
함덕주는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 구원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1-0으로 앞선 8회말 등판해 역전패를 자초한 것. 언제나처럼 주눅들지 않고 자신 있게 던졌지만 결과는 슬펐다. 특히 0-0이던 8회초 오재원의 홈런으로 극적인 리드를 잡은 상황, 역전패는 후유증이 크다.
함덕주는 올해 정규시즌 68경기에서 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특히 후반기는 무척 화려했다. 지친 두산 불펜의 한 줄기 빛이고 희망이었다. 6월까진 32경기에서 1승 2세이브 7홀드를 따냈으나 평균자책점이 6.20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7월 이후 36경기에서 6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39로 환골탈태했다. 8월 이후로 범위를 좁혀보면 27경기 4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12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당당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승선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성적은 승패 없이 1홀드 평균자책점 9.00. 1차전에서 ⅓이닝 1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2차전에서는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홀드를 챙겼다. 특히 2차전에서는 3-2로 앞선 8회말 1사 2, 3루 위기를 실점 없이 막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단기전 살얼음판 승부에서도 주눅들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첫 등판. 전날 팀이 1-0으로 앞선 8회말 선발투수 장원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선두타자 손시헌에게 좌전 안타, 지석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1-1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3루 위기 상황에서는 폭투를 범해 역전을 허용했다. 김성욱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마운드에서 떠나야 했다. 한용덕 두산 투수코치와 포수 최재훈이 그를 위로했지만 아쉬움을 숨길 수 없었다. 팀은 1-2로 졌고, 플레이오프 첫 등판에서 패전의 아픔을 맛본 함덕주다.
함덕주는 올해가 입단 3년째다. 본격 1군 무대에서 던지는 건 올해가 2년째. 포스트시즌에서 느낄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다. 단기전은 데이터보다 심리 싸움이다. 함덕주는 던질 수 있는 공을 모두 던졌다. NC 타자들이 잘 쳤다. 특히 손시헌을 상대로 꽂아넣은 초구 145km 패스트볼에는 힘이 있었다. 비록 아쉬운 역전패에 울었지만 한 경기로 함덕주를 평가해선 안 된다.
올 시즌 시작 전 두산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함덕주를 눈여겨봤다. "너무 착해서 걱정"이라면서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배짱이 있다"고 칭찬했다. 함덕주는 후반기 필승 계투로 대단한 활약을 했다. 함덕주가 버티지 못했다면 두산의 3위도 장담할 수 없었다. 두산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는 것도 함덕주의 도움 없인 불가능했다. 체중 15kg을 불리면서 최고 구속도 10km 늘렸다. 이제 패스트볼 구속 145~146km를 어렵지 않게 찍는다. 입단 당시 함덕주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7km였다.
김 감독은 19일 패배 직후 "함덕주가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교체 상황에서 함덕주를 내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함덕주는 두산의 미래다. 밀어붙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함덕주를 믿었다는 얘기다. 비록 결과는 슬펐지만 함덕주는 포스트시즌에서 돈 주고도 못 살 값진 경험을 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전날 패배도 함덕주에겐 또 다른 자산이다. 지금까지 야구한 날보다 앞으로 야구할 날이 더 많은 함덕주다. 고개 숙일 필요 전혀 없다.
[두산 베어스 함덕주. 사진 = 창원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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