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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지예 기자] 가수 자이언티는 과연 자기복제를 하는 걸까. 지난 12일 자이언티가 공개한 싱글앨범 '노 메이크 업'(No Make Up)을 듣고, 일부에선 '자기복제'라는 말이 돌았다. 전작인 '꺼내 먹어요'(Eat)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자이언티를 향한 '자기복제' 논란은 데뷔 때부터 그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제기할 수 없는 문제다. 지난 2011년 데뷔 이후로 자이언티는 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며 발전해 왔다.
자이언티의 데뷔곡 '클릭 미'(Click Me, 2011)를 보면, 지금 들어도 세련되고, 독특하다. 이 곡에서 자이언티는 데뷔곡이란 특징에 맞게 자신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추구하는 음악을 선보였다. 이어 가수 크러쉬의 피처링으로 함께한 싱글곡 '뻔한 멜로디'(2013)는 데뷔곡에 비해 톡톡 튀는 전자음이 조금 아련하게 변했다. 재기발랄했던 자이언티가 노래한 이별 노래는 감각적인 멜로디에 짙은 슬픔과 상실감을 머금고 있었다.
한달 뒤 자이언티는 첫 번째 미니앨범 '레드 라이트'(Red Light, 2013)를 발매했는데, 이 앨범에는 자이언티의 다채로운 음악색깔이 무지개처럼 담겼다.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 개코의 래핑이 청량한 타이틀곡 '베이베'(Babay)는 한 여자에 대해 은근슬쩍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녀를 예찬하는 남자를 유쾌한 리듬으로 그렸다. 또, '도도해'에선 완벽한 외모를 가진 여자와 은근한 신경전을 펼치는 감정을 슬로우 템포의 전자사운드에 녹여냈다. '오(O)'를 비롯해, '둡'(Doop), '쉬'(She), '네온'(Neon), '지구온난화' 등을 통해 자이언티의 음악적 도전과 풍부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자이언티는 같은 해 12월 미니앨범 '미러볼'(2013)에선 완벽하게 변신했다.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미스 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국적인 소울을 표방한 '미스김'은 트로트와 창을 섞어 놓은 듯했다. '비가 내리오'라며 절규하는 자이언티의 목소리는 '찌찌진찐찐'이라는 트로트풍 리듬에 녹아 들어가며 '한국풍 레드로'의 장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 앨범은 복고와 트렌디를 아우르는 독특한 음반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후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담은 자전적인 곡 '양화대교'(2014)는 그의 데뷔곡 '클릭 미'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은 소재와 바탕이 된 사운드의 느낌이 흡사했다. 이 곡은 발표 당시에도 인기를 끌었지만, 이듬해 2015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 이후 역주행 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 크러쉬와 다시 한번 만난 '그냥'(2015)는 자이언티에게 음악프로그램 1위라는 타이틀을 처음으로 가져다 준 곡. '그냥'은 2015년판 '진달래꽃'이라는 평을 받으며 헤어진 연인을 향해 읊조리는 마지막 편지의 느낌을 담았다. 앞선 '뻔한 멜로디'와 음악적인 색깔에선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분명 변했고 진화했다. 자이언티는 또, 음악감동 강승원과 함께한 '무중력'(2015)에선 몽환적이면서도 담담한 느낌으로 노래했다.
자이언티의 앞선 음악들을 접하고 나면 그가 꾸준히 발전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의 음악세계를 '꺼내 먹어요', '노 메이크 업' 단 두 곡을 나란히 둔 채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게다가 두 곡 역시 절대 '자기복제'라고 할 만큼 비슷하지 않다. 싱어송라이터의 경우,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감정의 흐름에 따라 음악 작업의 결과물이 변화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직접 만든 멜로디와 가사를 노래하는 자이언티는 그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할 뿐이다.
끝으로 사족을 단다면, 자이언티의 다음 앨범은 싱글이 아니었으면 한다. 정규앨범, 적어도 미니앨범이 나온다면 그의 음악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일부의 시각들은 자연히 사라질 테니까.
[가수 자이언티. 사진 = 아메바컬쳐 제공]
최지예 기자 olivia731@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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