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 고등학교 1학년의 정신연령이 맞나 싶었다. 성숙했다. 웬만한 어른 못지 않았다. 자비에 돌란 감독의 ‘로렌스 애니웨이’와 피터 잭슨 감독의 ‘러블리 본즈’에 강하게 이끌리는 예술영화 취향의 여고생. 김유정(16)은 그 나이에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어둠 속에 내려갔다 이제 막 올라왔다.
‘비밀’은 살인자의 딸(김유정), 그녀를 키운 형사(성동일) 그리고 비밀을 쥐고 나타난 의문의 남자(손호준). 만나서는 안될 세 사람이 10년 뒤 재회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 드라마. 김유정은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사는 고교생으로 등장한다. 유년의 고통을 숨긴 채 겉으로는 명랑하면서도 속으로는 분노와 복수의 무거운 감정을 안고 사는 인물이다. 20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김유정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4살 때부터 아역 연기를 했어요. 어머니와 회사에서 시키는 역할만 주로 맡다가 처음으로 제가 선택한 영화예요. 극중 정현은 원망과 그리움, 증오와 애정 사이의 복합적인 감정이 얽히고 설킨 캐릭터예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드라마 ‘앵그리맘’과 촬영 시기가 비슷했다. 두 인물 모두 외롭고 어둡다.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연기란 이래서 무서운 거구나’를 절감했다. 특히 정현이 그랬다. 혼자 캐릭터를 분석하고 고민을 많이 하면서 부쩍 성장했다. 연기생활이든, 실제생활이든 힘든 상황과 마주쳤을 때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지금의 제 나이가 기둥을 쌓아가는 시기잖아요. 정현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은 걸 배웠어요. 뭐랄까요, 상처를 견디는 맷집을 키웠다고 할까요.”
중학교 2학년과 3학년때, 그러니까 2013년과 2014년에 힘든 일이 많았다. 감당하기 벅찼다. 학교생활부터 인간관계, 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전달해도 왜곡이 됐다.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일쑤였다. 세상은 원하는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 상처 받았을 때 너무 싫었어요. 울기도 많이 울었죠.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야 내가 성장하고 단단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잘 버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런 생각이 정현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고요.”
김유정은 한 편의 영화를 보고 일주일간 곰곰 생각한다. 처음엔 스토리, 그 다음엔 장면, 마지막으로 인물의 감정을 떠올린다. ‘로렌스 애니웨이’와 ‘러블리 본즈’가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다. 특히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왜 주인공은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걸까, 왜 여자친구는 받아들일까를 생각해봤다. 결국 ‘이들에겐 끊어질 수 없는 끈이 있구나’라는 걸 알았다.
“조용하고 잔잔하지만 묵직한 여운을 주는 영화를 좋아해요. 끝나고 나서 계속 생각하게 되니까요. 집중하게 되요.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고요. 영화는 제 인생의 멘토예요.”
[배우 김유정.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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