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f(x)의 실험 현장을 가다."
21일 오후 3시. 전시장 내부는 천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대신 창문에 새 앨범 '4 WALLS' 트랙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10번 트랙이 앨범 마지막곡. 대낮의 오가는 사람 없는 경리단길의 한 골목에서 굳게 닫힌 전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꼭 이 10번 트랙을 당장이라도 들어야 할 것 같았다.
"WHEN I'M ALONE(내가 혼자일 때)."
걸그룹 f(x)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경리단길에서 컴백 관련 전시 '4 WALLS-AN EXHIBIT'을 연다고 했다. '컴백하는데 전시회라고?' SM 관계자도 전시 세부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
전시 첫 날, 다섯 시간 전에 일찌감치 전시장으로 향했지만 길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경리단길에서도 한 골목 깊숙이 들어와야만 있는 작은 갤러리였다. 대형 기획사 SM의 전시치고는 상당히 규모가 협소한 전시장이었다. '대체 뭘 보여주려는 거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요즘 그렇게 뜨겁다는 경리단길이나 구경할 요량에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7시반께 다시 전시장으로 왔다.
30분 남겨둔 시각에도 여전히 내부는 가려져 있었으나 낮에는 없던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f(x)의 컴백 프로모션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려는 팬들의 행렬이었다. 어림잡아 100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그리고 8시 정각. 내부가 공개됐고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 외부에서 창문을 통해 내부를 보는 설치미술이었다. 앞서 공개된 f(x)의 새로운 마크가 2차원에서 4차원으로 구현되자 정육면체로 떠올랐다. 이 전시장과 똑같은 구도였다.
한 쪽 벽이 뚫린 형상의 전시장. 영상은 전시장 정면과 좌우 측면, 천장까지 네 개의 벽에 각기 다른 이미지를 펼쳐냈다. 앨범 타이틀 '4 WALLS', 즉 네 개의 벽 그대로였다.
정답은 여기 있었다. 뚫려 있는 벽과 이를 통해 f(x)를 지켜보는 눈. f(x)가 벽을 허물고 대중과의 경계도 무너뜨리려는 의도 같았다. 이 덕분에 대중과 f(x)가 직접 소통하는 공간이 경리단길의 한 골목 작은 갤러리에 창조됐다. 공간의 의미가 중요했지, 공간의 규모는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왠지 f(x)가 이번 앨범에서 무엇을 강조하려 했는지 이해할 것만도 같았다. 숫자 '4'를 전면에 내세우고 4인조 f(x)의 굳건함을 부각시켰지만, 한편으로는 무너져버린 한 쪽 벽은 도리어 팬들에게 메워달라고 부탁한 셈이었다. 그래야 비로소 완벽한 '하나'가 된다는 의미로 느껴졌다.
첫 날 영상은 빅토리아 편이었다. 몽환적인 이미지들이 오가는 가운데 순간 스쳐간 한 이미지가 눈길을 끌었다. f(V+A+L+K)란 기호였다. V, A, L, K는 빅토리아, 엠버, 루나, 크리스탈의 이니셜이었다.
그리고 그 기호를 보고 있자니, 문득 이 전시를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100여 명의 팬들이 떠올랐다. 무너진 한 쪽 벽을 메우기 위해 달려온 팬들. 혹시 저 'V+A+L+K'를 감싸고 있는 f가 바로 '팬(fan)'이란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다. 워낙 엉뚱한 f(x)라면 가능한 상상일 것만 같다.
[사진 =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