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뭐가 그렇게 겁나는지 모르겠지만, 한 아이가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냥 모른 척 하실 겁니까."
영화 '검은 사제들'은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는 라틴어, 카톨릭, 그리고 신부와 구마예식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 소재가 된 판타지 스릴러다. 108분의 러닝타임 동안 마치 새로운 세계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생소한 이야기를 힘 있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풀어낸 '검은 사제들'은 지난해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작품으로, 당시 장 감독은 이를 통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제9회 파리 한국영화제 숏컷 섹션 최우수 단편상 등을 수상했다.
6년 전 영화 '전우치'에서 적으로 대립했던 강동원과 김윤석은 '검은 사제들'에서 신부복을 입은 사제로 다시 만났다. 두 사람의 두 번째 조합은 '전우치' 이상의 케미스트리였다. 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예식을 하는 동안 관객들을 극도의 긴장감에 몰아넣는다.
김신부(김윤석)는 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로 분류한 12형상 악귀를 쫓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내걸었고 신학도 최부제(강동원)는 김신부가 생각한 여러 조건 속에 부합한 인물로, 보조사제로 낙점된다. 최부제는 과거 여동생 죽음의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자신의 몸을 바쳐 한 소녀의 몸에 들어간 원령을 빼내는 것이 자신의 죄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검은 사제들'은 오프닝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화려한 영상미와 '구마'(사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카톨릭 교회의 예식), '사제'(주교와 신부를 통틀어 이르는 말), '부마자'(사령이 몸 속 내부에 존재하는 사람), '12형상'(부마의 징후들로 장미십자회에서 일련번호를 분류한 사령의 종류) 등 극중 생소할 수 있는 단어들을 설명해 이해를 돕는 노력들, 그리고 장엄한 음악까지 한 곳에 어우러져 초반부터 집중도를 높인다.
김윤석과 강동원 외에도, 충무로의 떠오르는 스타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을 통해 새롭게 주목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악령이 씌인 소녀 영신 역을 맡아 순수한 도화지 같은 얼굴에서 포악한 악마, 사나운 짐승을 표현했다. 또 출처를 알 수 없는 악귀가 씌여 라틴어부터 중국어, 독어, 한국어 등을 소화하는 모습은 캐릭터 뿐만 아니라 박소담 그 자체로 무서운 한 방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증명한다.
종교적 색깔이 강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종교에 갇혀있지 않은 판타지 스릴러다. 각자 집단 안에서 아웃사이더처럼 살아가는 인물들이 고통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과정은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힘이 있고 호소력 짙은 내러티브를 담고 있다.
믿고보는 김윤석과 꽃미모 강동원의 외모를 보러갔다가, 압도하는 이야기와 예술적 영상미, 그리고 기대 이상인 박소담의 연기에 감탄하며 극장을 빠져나오게 될 것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 스틸.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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