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강산 기자] "감독님 죄송합니다."
한화 이글스 우완투수 배영수가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을 받는다. 통증에서 벗어나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 김성근 한화 감독은 물론 구단과도 상의해 수술 날짜를 잡기로 했다.
28일 밤 배영수와 연락이 닿았다. 수화기 너머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는 마치 큰 짐을 덜어낸 듯한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마침 김 감독과의 통화에서 "배영수가 수술한다고 전달받았다. 2월에는 돌아올 수 있다더라"는 말을 들은 뒤였다. 배영수는 "뼛조각 제거술을 받게 됐다. 다들 하는 관절경 수술이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배영수는 지난해 12월 3일 한화와 3년 21억 5천만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체결했다. 2000년부터 무려 15년간 뛴 삼성이 아닌 한화에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담이 컸던 탓일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올 시즌 32경기에 등판, 4승 1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04라는 초라한 성적만 남겼다.
시범경기에선 세트포지션 자세로만 투구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길을 찾으려 했다. 포크볼 구사 빈도도 높였다. 하지만 정규시즌 들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냉정히 말해 FA 계약 첫해는 실패였다. 특히 순위 다툼이 한창이던 9월 이후 7경기에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13.85로 무너진 게 뼈아팠다. 내년 시즌 부활은 팀은 물론 배영수 본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수술을 결정한 배영수는 냉정하게 올 시즌을 돌아봤다. 시즌 내내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녔지만 이를 탓하지 않았다. 베테랑다웠다. 그는 "(올 시즌 부진에) 팔꿈치 영향은 전혀 없었다. 내가 못 했기 때문이다"며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수술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FA 계약 첫해 부진, 그리고 수술. 부정적인 시선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된다. 이번 결정은 내년 시즌 부활하겠다는 배영수의 강한 의지 표현이다. 최대한 빨리 수술을 받으려 한다. 배영수는 "아직 수술 일정은 잡지 못했다"며 "재활이 3개월 정도 걸리는데 빨리하기 나름이다. 완벽한 상태로 돌아와야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음 단단히 먹고 내년 시즌 잘하기 위해 (수술을) 결정했다"고 힘줘 말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술은 재활에 최소 1년이 걸리는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 수술)과 견줘 비교적 간단하다. 수술 후 통증이 사라지면 인터벌 스로잉 프로그램(ITP)과 불펜피칭, 라이브피칭, 실전 투구를 거쳐 1군 마운드에 오르게 된다. 내년 정규시즌 개막전에 정상 컨디션으로 나서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편이 낫다.
배영수는 "감독님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배영수의 입단식 당시 "배영수가 선발로 나간다면 두자릿수 승리를 기대한다. 특히 우승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배영수를 보고 배울 게 많을 것"이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적 첫해 팀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걸 본인도 무척 아쉬워했다.
"감독님께 정말 죄송하다. 도와드리지 못해 마음에 많이 걸린다. 많이 도와준 구단에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 재활 잘해서 팀에 누를 끼치지 않고 잘해야만 한다."
[한화 이글스 배영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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