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년 전보다는 덜 힘든 것 같다."
두산은 2013년 포스트시즌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삼성의 통합 3연패 제물이 됐지만,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 무려 16경기를 치르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당시 두산은 9승7패를 기록했다. 16경기 중 연장전을 4차례(3승1패) 치렀다. 1점차 승부도 무려 7번(4승3패)이었다.
정수빈은 "2년 전에는 1점차 승부도 많았고, 연장전도 자주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라고 회상했다. 포스트시즌 자체가 정규시즌보다 긴장감, 집중도가 높다. 에너지 소모가 매우 크다. 그런데 1점차 승부에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그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했다. 정수빈은 "이번에는 2년 전만큼 힘들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지금은 2년 전보다 덜 힘들다
두산은 올 시즌에도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정규시즌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 2년 전과 똑같이 9경기를 소화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11경기를 치른 상태. 이번에도 7차전까지 가면 16경기를 치른다. 1점차, 연장전과 관계없이 한국시리즈 6~7차전을 치른다면 두산의 체력소모는 삼성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은 분명 삼성보다 불리한 대목.
하지만, 정수빈의 말대로 두산의 이번 포스트시즌은 2년 전만큼 박빙 승부가 많지 않았다. 11경기 중 1점차 승부는 4차례가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 7경기 중 대역전극을 만들었던 준플레이오프 5차전(11-9), 끝장승부였던 플레이오프 5차전(6-4) 정도를 제외하면 비교적 승패가 쉽게 갈렸다. 6-1로 이겼던 한국시리즈 2차전도 두산 입장에선 에너지 소모가 아주 큰 게임은 아니었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일단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한국시리즈 2차전을 책임졌다. 이 경기서 불펜 소모를 최소화했다.(심지어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1차전서 완투완봉승을 거뒀다.) 니퍼트가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를 펼치면서 야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줄었다. 두산의 또 다른 한 선수도 "니퍼트가 나올 때 긴장감이 풀어지지는 않지만, 편안한 느낌이 있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점수를 많이 뽑아야 한다는 타석에서의 부담감이 적다. 그리고 니퍼트의 탈삼진 능력이 좋기 때문에 외야수의 경우 수비 부담을 크게 덜어낸다. 이런 흐름은 자연스럽게 팀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두산의 허약한 불펜도 한 몫 한다. 플레이오프 3차전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2-16으로 무너졌다. 물론 등판한 투수들이 모두 얻어맞으면서 심리적, 체력적 피로 누적이 있었다. 그러나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데미지가 적었다. 중반에 승패가 쉽게 갈리면서 경기 막판 극적인 압박감을 갖지는 않았다. 차라리 경기 막판 필승계투조를 모두 쓰고도 역전패하는 게 체력적, 심리적 데미지가 더 크다. 두산은 1경기를 온전히 책임지는 니퍼트, 허약한 불펜 특성을 계속 안고 간다. 야수들이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는 환경서 11경기를 소화했다.
▲악화되는 실전환경
그러나 경기를 거듭할수록 실전환경은 악화되고 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양의지는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발가락 통증을 참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서 왼손 검지 열상으로 6바늘을 꿰맸다. 2차전서 결장했다. 3차전에 출전한다고 해도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보장이 없다. 2차전 막판 교체된 오재원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야수들이 2년 전에 비해 각종 환경 특성상 에너지 소모가 적었다고 해도, 부상자 속출은 피로도와 무관하지 않다. 이 부담은 고스란히 모든 선수가 짊어져야 한다. 물론 이런 악화된 환경이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마운드의 경우 선발 니퍼트 장원준 유희관 마무리 이현승 중간계투 함덕주 노경은의 에너지 소모는 크다. 니퍼트는 지금까지는 잘 버텼다. 그러나 장원준 유희관은 확실히 시즌 중 최상의 구위와는 거리가 있다. 이현승 함덕주 노경은의 높은 의존도와 에너지 소모는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중반 이후 삼성 뿐아니라 내부적인 피로도와 싸워야 한다.
1승1패로 맞선 상황. 한국시리즈가 잠실에서 끝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산은 2년 전처럼 포스트시즌 장기전 모드에 돌입했다. 과연 힘이 떨어질까. 아니면 버텨낼까. 미라클이 재현된다면 14년만의 패권 탈환도 가능하다.
[두산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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