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아쉬웠다. 하지만 성장하는 한국 ‘고딩’들의 유쾌했던 도전이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끈 한국은 29일 오전 8시(한국시간) 칠레 라세레나의 라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칠레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서 0-2로 패하며 탈락했다. 불운했다. 조별리그를 무실점으로 통과했던 한국은 전반 11분과 후반 22분 실점하며 끌려갔다. 이후 교체로 변화를 준 한국은 후반 26분 상대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이승우가 실축하며 끝내 벨기에를 넘지 못했다.
거침없던 ‘고딩’들의 질주는 아쉽게도 8강 문턱에서 좌절됐다. 하지만 실패는 아니다. 어린 재능들에게 이번 대회는 유쾌한 도전이었다.
17세 이하 연령의 선수들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 축구 자체가 그렇다. 러시아의 전설적인 골키퍼 야신은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두가 완벽하게 플레이 한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대회 직전까지 최진철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더 컸다. 국내서 가진 몇 차례 실전 대회에서 허술한 수비와 이승우에 쏠렸던 공격 등 장점보다 약점이 더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불과 대회 한 달 전까지 보여준 문제였다.
그러나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고딩’들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강철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은 강력했고 수비는 물 샐 틈 없이 탄탄했다. 우승후보 브라질이 ‘0골’ 수모를 당했고 다크호스 기니도 한국에 무너졌다.
어린 재능들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하나로 똘똘 뭉쳤다.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성장한 이승우는 한 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동료들을 다독이는 한편, 상대 선수와의 충돌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한 때 광고판을 걷어찼던 소년의 성장을 볼 수 있는 대회였다.
여기에 주장 이상민의 리더십을 비롯해 기성용을 닮은 막내 김정민, 브라질을 상대로 가랑이 돌파를 선보인 김진야, 특급 조커로 맹활약한 오세훈 등 최진철호의 도전은 현재보다 미래를 더 기대하게 했다.
‘감독’ 최진철의 재발견도 이번 대회의 큰 수확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최진철은 매 경기마다 탁월한 용병술로 경기 흐름을 바궜다. 비록 벨기에전서 덜미를 잡혔지만 어린 선수들의 재능을 100% 끌어내며 ‘지도자’로서 제법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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