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강산 기자] '해냈다, 해냈어. 두산이 해냈어'
언더독(Underdog). 스포츠에서는 맞대결에서 승리 확률이 적은 팀에게 주로 쓰이는 용어다. 순위상으로도 그랬고, 전문가들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까지도 두산의 열세를 예상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두산은 모든 평가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무서운 반란이었다. 결국 14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업셋 본능'에 정점을 찍은 두산이다.
두산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2로 완승했다. 이날 승리로 1차전 패배 후 4연승을 기록한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 '언더독'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두산의 '업셋 본능'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 3위 넥센 히어로즈와 2위 LG 트윈스를 연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도 시리즈 전적 3승 1패까지 앞서며 상대 간담을 서늘케 했다.
2년 전과 다른 점은 4위가 아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뿐이다. 이번에는 위기관리 능력도 탁월했다. 1승 1패로 맞선 NC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2-16 대패,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8-9 역전패 아픔을 딛고 살아났다. 특히 한국시리즈 1차전 패배 후 3연승으로 기세를 한껏 올렸다. 흐름을 완전히 가져왔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7위 팀이 한국시리즈 2~4차전을 통틀어 5점만 내주고 막았다.
선수들의 마음가짐 자체가 달랐다. 부담은 전혀 없었다. 1패만 하면 시즌이 끝나는 상황에서도 의연했다. 간판타자 김현수는 그럴 때마다 "우리가 잃을 게 뭐가 있냐"고 했다. 가을 잔치를 즐겼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선수들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딱딱한 분위기가 전혀 없다. 위에서 기다리는 팀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빙긋 웃었다. 시리즈 내내 여유가 넘쳤다.
만약 5차전을 내주면 2013년의 악몽이 떠오를 만 했다. 그래서 초반부터 더 무섭게 몰아친 두산이다. 1회말 2사 후 민병헌과 김현수의 연속 안타, 양의지의 좌중간 2루타로 선취 2득점했다. 3회말에도 2사 2루 상황에서 볼넷과 상대 폭투 2개, 적시타 3개를 묶어 추가 5득점, 7-0으로 달아났다. 2년 전과 집중력부터 달랐다. 전날(30일) 4차전 승리 직후 "우리 선수들이 집중력이 참 좋네요"라던 김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반전도 한몫 했다. 정규시즌 6승에 불과했던 더스틴 니퍼트는 포스트시즌 26⅔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으로 두산 우승에 일조했다. 5차전에서도 2⅓이닝 무실점 구원에 성공했다. 준플레이오프 3경기 평균자책점 9.00 부진으로 우려를 낳았던 노경은은 4차전 구세주로 떠올랐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조기 강판당했던 유희관은 이날 6이닝 2실점 퀄리티스타트로 우승 확정 경기 승리투수가 됐다. 모든 '만약'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상 투혼도 빼놓을 수 없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발가락 미세골절 부상한 양의지는 플레이오프 4차전부터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날 1회말 2타점 2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투구에 맞아 왼손 검지를 6바늘 꿰맸다. 하지만 3차전부터 지명타자로 출전을 강행했고, 시리즈 4경기에서 14타수 8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7회말에는 우승을 확정하는 스리런포로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트렸다.
결국 두산은 13-2 완승으로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헹가레 투수로 나선 이현승은 아웃카운트 2개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냈다. 김 감독은 감독 부임 첫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드라마를 썼다. '언더독'이 아닌 '챔피언' 두산이 해냈다.
[두산 김현수가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1회말 2사 1.2루 양의지의 2타점 2루타때 홈을 밟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첫 번째 사진), 두산 베어스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강산 기자 posterbo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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