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이라는 연기파 대표 세 배우가 제대로 맞붙었다. 세 사람은 서로를 예민하게 의심하면서도 각자 뒷거래로 모의하는 복잡한 구도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표정연기부터 호흡까지, 세 배우들은 그야말로 미쳤다. 극중 미친개처럼 욕망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을 치열하게 그렸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제작 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배급 쇼박스)은 대한민국 정재계를 휘감는 유력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부자들의 의리와 배신을 담았다. '이끼', '미생' 등을 집필한 윤태호 웹툰 작가의 원작으로, 결말이 지어지지 않은 채 중단됐지만 우민호 감독의 손에서 다시 태어났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을 돕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수많은 기자들 앞에서 대권후보 장필우(이경영)의 미래자동차 관련 비자금 수수를 폭로하고, 사건은 다시 2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상구는 정치판을 설계하는 현역 최고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지냈지만, 상구의 욕심이 화근이 돼 미래자동차 오너 오회장(김홍파)에게 눈밖에 나게 되면서 복수의 막이 열린다.
이병헌은 1인 다역을 한 것처럼, 과거 지방 조폭이었을 시절과 상구파의 대표로 잘 나가는 모습, 그리고 재벌 회장 일파에게 당해 나락으로 떨어져 확 망가진 모습까지 다채로운 열연을 펼쳤다. 2시간 1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에서 이병헌은 진중함을 보이는가 하면, 코믹하게 망가져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특히 검사들과 간 모텔에서 큰일을 보는 장면이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모습들은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을 안긴다.
백윤식은 어떤가. 장필우는 자신의 인생을 깔아주는 발판으로 이강희를 이용했지만, 논설주간 이강희는 그보다 더 약삭빠르고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이강희는 펜 대 하나면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괴물이었고 상구가 사건 하나하나를 볼 때 멀리서 크게 보는 인물이었다. 이강희는 중반부 이후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며 상구와 대립관계를 보이고, 백윤식은 이강희라는 반전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했다.
족보없는 검사라는 수식어를 안고 살아가는 경찰 출신 우장훈(조승우)은 그나마 사회의 정의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미래자동차 비자금을 추적하던 중 안상구와 이강희의 관계를 알게 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나선다. 특히 정치깡패 안상구와 검사 우장훈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은 의외로 통쾌함을 느끼게 하고, 이병헌과 조승우의 조합 또한 관객들에게 명배우들의 시원한 열연을 선사한다.
연기로는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이병헌과 조승우, 백윤식이다. 여기에 김홍파, 배성우, 조재윤, 김대명 등 충무로 연기파 배우들이 파격적인 모습으로 대거 등장해 현실감과 몰입감을 높였다. 윤태호 작가의 탄탄한 원안과 우민호 감독의 빠르고 센스있는 전개, 그리고 명배우들이 만났다. '신세계'와 또다른, 진한 남자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스틸. 사진 = 쇼박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