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삼성은 태풍의 눈에 들어있는 듯하다.
한국시리즈서 두산에 패퇴, 사상 최초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5연패에 실패했다. 겉으로는 평온하다. 이미 2군이 오키나와 온나손에 마무리캠프를 차렸다. 주전급 선수들도 약간의 휴식을 가진 뒤 순차적으로 합류한다.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삼성도 11월에는 마무리훈련에 집중한다.
구단 내부적으로는 처절한 반성과 개혁의 시간이다. 2015시즌을 마무리하고, 2016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 통합 5연패에 실패한 뒤 삼성 야구에 대한 반성과 개혁을 요구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다. 그 반성과 개혁의 방향성과 실천에 따라 2016시즌, 나아가 삼성 야구의 미래가 달라진다.
▲불법도박 혐의 3인방의 운명은
일단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에 대한 거취 결정이 최대 과제다. 현 시점에서 삼성이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세 사람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직 소환시기를 잡은 건 아니다. 소환 조사를 포함한 경찰 수사가 끝나면 검찰의 수사와 법원 판결이란 절차가 이어진다.
야구계 뿐 아니라 한국 체육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삼성으로선 법의 심판결과가 명확히 나올 때까지는 어떻게 처분할 수가 없다. 일단 검찰 수사와 법원의 판결이 나와야 삼성과 KBO도 세 사람에 대한 거취를 논의할 수 있다. 세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삼성야구의 개혁 방향은 달라진다. 세 사람은 핵심 전력이었다. 당연히 삼성의 미래와 밀접한 연관을 지닌다.
▲마운드 리빌딩과 팜 시스템 점검
삼성이 한국시리즈서 패퇴한 결정적 원인은 무기력했던 타선이다. 그런데 그 배경은 복잡하다. 한국시리즈 직전 삼성 타자들은 "투수력이 약해졌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뽑아야 한다"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게 자신들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운드가 약해지면서 마운드 운영은 힘겨웠다. 1+1은 고사하고 경기 후반 필승카드가 차우찬 뿐이었다. 4차전서 차우찬을 길게 활용하고도 패배하면서 한국시리즈도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때문에 삼성 한국시리즈 패퇴의 근본적 원인은 결국 마운드에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삼성의 마운드 현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3인방이 빠지면서 삼성 마운드는 급격히 약화됐다. 그만큼 그들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국내 모든 팀이 마운드 리빌딩에 어려움을 겪는다. 야구의 매커니즘상 타자와는 달리 젊은 투수에게 박빙상황서 실전 기회를 주다 실패할 경우 해당 투수의 자신감 하락은 둘째치더라도, 팀 순위싸움 자체가 어려워진다. 더구나 삼성의 30대 베테랑 투수들은 수년간 잘해왔다. 수년간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신인드래프트서 좋은 자원을 선발했던 것도 아니다. 정현욱 오승환 배영수 권혁이 최근 2~3년 사이 빠져나갔음에도 뉴 페이스를 거의 발굴하지 못했다. 최근 1~2년의 일이 아니다. 통합 4연패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적체된 문제였다.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 5연패 실패로 실전서 여실히 드러났다. 30대 투수들도 전성기의 끝자락에 있거나 서서히 전성기를 넘기는 실정. 삼성 야구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심창민, 정인욱 같은 20대 1군 투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두 사람조차 한국시리즈서 불안했다.)
결국 2-3군 투수 육성 시스템 점검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삼성은 10개 구단 중 코칭스태프가 가장 많다. B.B 아크 설립 후 팜 시스템 운영도 그 어느 팀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야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수 발굴에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 한 야구관계자는 "3명이 빠지니까 삼성 마운드도 약하더라. 한국시리즈 우승 실패를 계기로 투수 육성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사실 시즌 중 류중일 감독도 경산볼파크의 리모델링 혹은 신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젠 시설이 오래돼 선수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외부FA에 대한 시선
삼성은 2004년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한 뒤 더 이상 외부 FA를 잡지 않았다. 외부 FA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장기적 차원에서 타당하다는 자체 판단이 있었다. 실제 통합 4연패로 구단의 판단이 옳았다는 게 증명되기도 했다.
FA 시장도 15년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다. 외형적인 덩치는 커졌다. 초고액자들의 몸값이 과하다는 비판에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이 결정적으로 이 부분을 민감하게 받아들여 외부 FA 영입에 10년간 나서지 않았던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FA 영입의 순기능도 주목되는 추세다. 최근에는 초고액 외부 FA들이 새로운 팀에서 부작용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케이스도 많다. 여전히 투수 외부 FA의 성공확률은 떨어진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두산이 장원준이라는 투수 외부 FA의 성공사례를 쓴 건 삼성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시점에서 삼성도 외부 FA 영입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외부 FA의 순기능을 극대화, 이득을 보는 팀이 하나, 둘 늘어나는 추세에서 굳이 외부 FA 영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시선도 있다. 반성과 개혁의 출발점은 현장과 구단, 그룹의 밀접한 소통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삼성 선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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